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27일 요르단에 사형수로 수감 중인 여성 테러리스트 사지다 알리샤위를 24시간 이내에 석방하지 않으면 일본인과 요르단인 인질 2명을 처형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일본 정부는 IS의 새로운 제안에 손 쓸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IS측은 이날 고토가 지난 달 전투기 추락으로 IS에 생포된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사진을 든 모습과 함께 고토의 음성메시지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고토는 이 메시지에서 “나의 자유를 막는 장벽은 사지다를 (IS에)넘기는 것을 늦추는 요르단 정부뿐”이라며 “일본 정부가 요르단 정부에 모든 정치적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 고토는 이어 “나는 24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조종사에게는 더 적은 시간이 남았다”며 요르단 정부가 인질 협상에 요구하지 않으면 조종사를 먼저 살해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IS측이 또 다른 인질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를 살해한 직후, 사지다의 석방을 요구할 당시 시한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해 사태 장기화에 대비했다. 요르단 조종사와 고토를 일괄 석방하는 2대 2 교환안 등을 두고 요르단 설득에 나서는 한편 현지 부족장 등을 통해 IS와 직접 협상도 시도해왔다.
하지만 IS는 이번 메시지에서 일본의 시도를 일축하며 고토와 사지다의 1대 1 맞교환을 요구했다. 일본이 요르단을 설득해 교환을 성사시킨다고 해도 요르단 조종사의 석방이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요르단 정부가 일본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8일 중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인질 사건은 “언어도단의 폭거”라며 “위험을 두려워해 굴하면 인도적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인질 사건을 계기로 IS 공습 작전에 미군 지원을 시사하는 내부 검토 결과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IS 일본인 억류사태와 정기국회에서 안전보장 법률정비와 관련 작성한 예상 문답집에서 “IS를 공습하는 미군에 대해 후방지원이 가능한가”는 물음에 “타국 군에 필요한 지원활동을 시행할 수 있도록 법 정비 검토를 추진 중”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일본은 지난 해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해석변경을 각의결정, 자위대의 타국 군 후방 지원 범위를 확대할 뜻을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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