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교류 명목으로 중국 지자체의 초청을 받은 충남 천안시립무용단이 현지 부동산기업 행사도우미로 전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사태는 방문단을 꾸린 천안시의회의 사전준비 부족과 수준 낮은 외교 능력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천안시의회는 교류를 원하는 중국 쑤이닝(遂寧)시 초청을 받아 시의원 2명과 시립무용단원 12명 등 모두 17명의 방문단을 꾸려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한중 문화교류 공연을 위해 방문한 무용단은 쑤이닝시 주최 행사가 아닌 150㎞나 떨어진 광안(廣安)시의 부동산개발회사 아파트 분양 홍보행사장에서 공연했다. 부동산기업 판촉행사의 행사도우미 역할을 한 셈이다. 명칭도 한국 국립예술단으로 뒤바뀌었다. 공연이 펼쳐진 체육관의 아파트분양 광고판에는 무용단의 공연사실을 공지하고 있었다.
시의회는 방문단에 무용단을 동반하기 위해 지난해 말 천안시에 쑤이닝시의 초청 문화행사 참여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쑤이닝시가 무용단을 참여시켜 달라며 항공 등 비용일체를 중국측에서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무용단의 왕복 항공료와 체재비, 천안시의회 대표단의 광안시 일정 경비는 모두 부동산회사에서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시의회 방문단의 신분이 천안시 대표단으로, 통역은 ‘시장고문’으로 둔갑한 상태로 쑤이닝시에서 전달됐다. 향후 쑤이닝시가 방문단의 신분이‘사칭’된 사실을 알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외교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이와 함께 쑤이닝시 측에 집행부를 제쳐놓고 의회가 자의로 “자매도시 등 교류를 활발하게 펼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월권 논란까지 불러왔다. 천안시는 현재 쑤이닝시에 대한 아무런 교류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방문단장을 맡은 시의원은 “공연을 직접 관람했지만 중국말을 잘 몰라 민간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인줄 몰랐다”고 변명 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부동산회사 행사에 무용단이 동원되고, 체재비를 기업이 부담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정말 몰랐을까. 그렇다면 앞뒤 분간 못하는‘어리석은 시의회’라는 비아냥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알고도 동반방문을 강행했다면 ‘얼빠진 시의회’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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