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청년위 실태 보고서

‘보증금 1,418만원에 월세 42만원. 절반 가까이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지도 잘 확인하지 않는다.’ 부모와 떨어져 세입자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월세로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도 세입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집 주인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대학생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28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부담하는 주거비용은 거의 직장인 수준에 육박하고 있었다. 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수도권 원룸 세입자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평균적으로 월세 42만원에 관리비 5만7,710원을 지출해 주거비로 47만7,710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잡코리아가 2012년 20,30대 미혼 직장인 689명을 조사해 발표한 월 평균 주거비 53만6,000원과 비교해 6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세입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세 들어 사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53.4%에 달했다.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 확정일자를 받아야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의거,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절반 이상(54.1%)이 이를 모른다고 답했다. 근저당(대출시 담보물로 잡는 것)이 설정돼 있으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순위가 뒤로 밀리는데도 근저당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학생이 42%나 됐다. 대학생 양모(24)씨는 “학기 중에만 자취방에서 생활하는 데다 언제 이사 갈지도 몰라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불이익을 받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집 주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학생도 많았다. 집 주인이 해줘야 하는 하자 보수나 시설물 수리를 거절 당한 학생이 26.8%였고, 이사를 갈 때 수리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보증금 일부를 떼인 경우도 12.3%에 달했다. 대학생 A(22)씨는 “이전 세입자가 파손한 부분의 수리비까지 보증금에서 떼고 줬지만 집 주인이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서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당한 피해에 대해 집 주인에게 항의한 학생은 46.1%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청년위는 ▦월세보증금 대출 확대 ▦대학 기숙사 확충 ▦세입자 권리 상담 및 해결창구 마련 ▦관리비의 명확한 공시 등을 제안했다.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적지 않은 주거비를 부담하는 대학생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청년 세입자들이 잘 모르는 임대차 상식이나 법률지식 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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