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철 난방비가 한 달이라도 ‘0원’이 나온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5만5,000여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2%가 넘는 6,900여 가구는 계량기고장 등 관리부실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의 공동주택 906만 가구 중 의무관리대상인 748만 가구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이 기간에 난방비가 한 달이라도 0원이 나온 곳은 총 5만5,174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3만5,432가구(64.2%)는 전기장판 등을 사용해 실제 난방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16.4%(9,038가구)는 미입주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였다. 여행이나 해외 출장 등 이유로 난방을 안 한 가구도 3.2%(1,760가구)로 조사됐다.
문제는 계량기 고장을 방치해 난방을 했음에도 비용이 부과되지 않은 경우가 6,904가구(12.5%)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전 유성구의 S아파트는 158가구가 고장 난 난방계량기를 방치하다 이번에 적발됐고, 서울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도 미부과 세대가 148가구에 달했다. 경기 고양시의 D아파트와 부천시 S아파트에서도 각각 138가구와 141가구의 계량기 고장 등 관리부실 사례가 발견됐다. 심지어 난방비를 내지 않으려고 계량기를 고의로 훼손한 경우도 11가구(0.02%)나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번에 발견된 계량기 고장 가구에 대해선 교체작업을 진행토록 하고, 납부하지 않은 달의 난방비는 전년 동기의 부과비용으로 청구키로 했다. 또 계량기를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확인된 경기 수원시의 C아파트, 안산시의 D아파트 입주자들에 대해서는 1년간 계측된 월 난방비 중 최고 요금을 부과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계량기를 의무적으로 정기 점검토록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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