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원 드림클래스 겨울캠프… 서울대생 등 멘토로 3주간 합숙
"학원 없어 공부법 몰랐는데… 꿈은 도시 아이들과 차이 없죠"
“불을 꺼주세요.”
27일 밤 9시.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내 세미나실에 중학생 20여명이 모였다. 삼성그룹 사회공헌활동인 드림클래스 겨울캠프에 참여한 강원 경남지역 오지 학생들 중 일부로 9일부터 시작한 3주간의 합숙 일정이 끝나는 29일 수료식에서 펼칠 공연 준비를 위해서다.
깜깜한 어둠 속, 음악이 흘러 나오자 돌연 푸른색 나비 20여마리가 일제히 날아 올랐다. 음악에 맞춰 나비는 각종 모양을 만들며 공간을 수 놓았다. 특수 조명을 받으면 학생들이 착용한 흰 장갑만 푸르게 빛나는 ‘블랙라이트’공연이다. 더러 실수도 했지만 개의치 않고 학생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공연이 끝난 뒤 경남 마산시 구산면 구남중학교 구산분교장에서 올라온 박진홍(14ㆍ1학년)군에게 공연의 의미를 물었다. “나비는 우리의 꿈을 표현한 거에요.”서울에 처음 올라온 그는 전교생이 27명인 학교에 다닌다.
박 군은 200명이 합숙한 겨울캠프가 떠나기 싫을 만큼 좋다고 했다. 여러 지역에서 올라온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사는 동네에는 학원이 하나도 없다”며 “겨울캠프에서는 공부 방법을 가르쳐 줘 돌아가서도 혼자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공부법을 알려준 강사들은 서울대생을 비롯해 69명의 대학생들이다. 학생들과 숙식을 함께 한 이들 교사는 3명씩 조를 이뤄 학생 10명씩 맡아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시간표에 맞춰 영어 수학을 가르쳤다. 또 난타, 춤, 블랙라이트, 뮤지컬 등 특별활동까지 진행했다.
강사로 참여한 서울대 약학과 4학년 안성진(22)씨는 “중학교 때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해야 했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기 때문에 캠프 참여 학생들에게 특별한 유대감을 느꼈다”며 “1 대 1 상담을 통해 학생들마다 수준에 맞는 과목별 공부 방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혼자 터득한 공부 비법을 아낌없이 공개했다고 말했다. 공부 요령을 터득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밤 12시까지 문제집을 들고 강사들의 방을 노크하며 강사들의 열성에 화답했다.
캠프장소가 서울대 캠퍼스라는 점도 동기 부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원 고성중학교 1학년생 임혜인(14) 양은 “서울대를 처음 와 봤는데 너무 좋다. 이 곳에 꼭 입학하고 싶어 밤 늦게까지 문제집을 풀었다”며 웃었다.
삼성이 산간오지와 낙도지역 중학생 1,800명을 대상으로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전국 6개 대학에 마련한 겨울캠프는 이렇게 청소년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마당이 됐다. 최원용 삼성사회봉사단 차장은 “빈부 격차가 교육 양극화로 이어지면 가난의 대물림이 반복된다”며 “이렇게 되면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상실돼 국가경쟁력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 캠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 군은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꾸는 꿈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열심히 공부해 약자 편에 서는 강직한 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사로 참여한 안 씨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이라며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도시 아이들보다 출발이 늦었을지 몰라도 누를수록 더 높이 튀어 오르는 용수철처럼 더 높이 비상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