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부터 탈영까지 군대 內 문제는 사회변화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어
“사회의 변화가 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지난해 끊이지 않고 이어진 군 사건ㆍ사고를 두고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병사들이 부대 생활관 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27일 지적했다. 우리나라 ‘군사회학’의 개척자이자 사회학 원로인 홍 교수는 다음달 서울대 교수직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홍 교수는 인터뷰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병 탈영까지, 군 문제는 모두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사회를 군대가 따라잡지 못한데 있다”며 “특히 입대자 가운데 개인적 혹은 가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나 사회생활 부적응자도 포함돼 있는데 이런 병사들을 모두 끌고 가기에는 군 역량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일과 중 교육과 훈련은 강하게 하되 일과 후에는 병영 내 충분한 휴식을 줌으로써 자기 계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50년 군인의 자녀로 태어난 홍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 3학년 때 수강한 ‘특수사회학’ 수업을 통해 군과 사회학의 관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홍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유학하면서 군대사회학의 권위자인 모리스 자노위츠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1980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이후 우리나라에서 ‘군대사회학’ 연구를 지속, 이 분야의 국내 선구자로 이름을 높였다,
홍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군을 사회학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군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나라는 거대한 규모의 군과 징병제라는 특수성이 있는데도 군대사회학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35년간 몸담은 서울대에서도 홍 교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여럿 남겼다. 그 중 하나가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서울대 출신 학도병들을 찾아내 1996년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 것이다. 서울대 개교 50주년인 당시 교무부처장으로 근무하던 홍 교수는 전쟁 기간 미등록으로 제적된 1,100여명과 전쟁기념관에 있는 전사자 15만명을 일일이 대조해 일치하는 한 명을 찾아냈다.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사자 가족이 직접 연락해왔고 서울대 출신 학도병 23명이 늦게나마 모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이들의 명단을 추모비에 새기고 이듬해 졸업식에서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으며, 뒤늦게 확인된 4명의 이름도 추모비에 추가로 새겨졌다.
한 달 후면 정든 교정을 떠나는 홍 교수는 “후학들 괴롭히지 않고 중간 정도는 했던 선배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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