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나오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는 여전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상대적으로 우수했던 게임관련 업체들은 최근 해외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렇다면 정말 게임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2012년 하버드 의대의 셰릴 올슨 박사는 페어런트 매거진에서 게임에 대해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게임이 부모가 적절하게 관리하는 수준에서 허용될 경우 아이들의 학습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능력과 신체적인 능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1,000명이 넘는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연구를 통한 결과였는데, 특별히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기능성 게임이나 에듀테인먼트가 아니라 일반적인 게임 중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게임들이 많다는 것이다.
좋은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게임은 ‘젤다의 전설(Legend of Zelda)’이나 ‘바쿠간(Bakugan)’으로,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임들이었다. 또 문명(Civilization) 시리즈의 경우에는 역사와 지리에 대한 관심도를 증가시키며, 게임의 종류에 따라 사회적인 능력을 증가시키거나, 운동이나 건전한 경쟁, 리더십 등을 많이 고취시키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부모들은 대체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게임이 가족관계에 좋다는 시각도 있다. 게임이 단순히 나쁜 것으로만 그려지고, 배척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모두 없애버리면서 가족 간의 갈등만 조장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하드코어 게임들과 같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게임도 많다. 그렇지만 되려 부모가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게임을 골라주고, 가족들도 같이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임에 빠지게 되는 가능성도 줄게 될 것이다.
게임은 이와 같이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는 훌륭한 도구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해 부모들이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최근 나오는 게임 중에서는 몸을 이용해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이를 통해 가족 간의 유대와 운동능력을 기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미션을 중심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 나가면서 지적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게임들도 많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게임들이 나오면 먼저 권장하는 편이다. 물론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온라인 게임은 시키지 않는다. 특히 무제한적인 친구들과의 경쟁을 유도하는 종류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 ‘젤다의 전설’과 같이 게임의 완성도가 높으면서, 명확한 끝이 있어서 매일 적당한 시간을 투자해 정복해 나가는 종류의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같이 자유도가 높고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게임, Wii의 게임들과 같이 가족들이 몸을 통해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에이지오브엠파이어’와 같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패키지 게임 등을 권장한다. 그리고 틈틈이 이런 게임들을 어떻게 즐기고 있고, 무엇이 좋았는지도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들은 게임을 당당하게 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자랑한다.
세대가 다르고, 세상의 규칙이 달라지는데, 기성세대의 선입견으로 모든 것을 제약하려는 시도는 어른 세대의 이기심에서 아이들의 모든 것을 제약하는 또 하나의 감옥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게임만 한다고 한탄하면서 아이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생각해 볼 문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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