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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자기주도학습

입력
2015.0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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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의대생들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한 워크샵에 다녀왔다. 다양한 분야별로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 맡은 주제로 학습과정을 개발하고 평가하기 위한 문항을 만든다. 지식을 위한 지식이나 시험을 위한 시험을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흔하면서,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 내용을 잘 익힐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인데 보통 일이 아니다. 모두 자신이 그냥 공부하고 배우고 시험을 치는 것이 더 쉽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시험문제를 하나 푸는 것은 1분도 안 걸리겠지만 만드는 데는 한 시간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워크샵 초반에는 잘 가르치는 방법, 문제를 제대로 내는 방법, 그리고 학습과 교육에 대한 기본적 가이드를 듣고 시작한다. 해마다 들어도 새롭다. 너무 어려워서도 안 되고 너무 쉬워서도 안 된다. 실제로 중요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을 잘 교육하도록 해야 한다. 참신해야 하고 이전의 과정이나 문제와 동일해서도 안된다. 단순 암기식이 아니고 문제 해결형이어야 하고 인문사회적인 의미와 윤리적인 부분도 강조돼야 한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가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불러 일으켜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촉진시킬 수 있는 과정과 문제여야 하는 것인데, 가르치는 것이 새삼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의대 교육은 엄청난 양의 지식을 기본적으로는 외워야 하는 것이 많은데 실제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접목하기 위해 그 동안 교육과 시험의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내과, 외과 등 과목별로, 질환별로 또는 증상별로 설명을 듣고 중요한 것은 암기하고 시험을 치는 과정이 많았다. 국가고시도 필기시험으로만 이뤄졌다. 지금은 단순 전달식의 강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중요한 주제별로 문제상황과 관련된 학습(Problem-based learning), 사례 기반의 학습(Case-based learning)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가고시도 증상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참여시켜 실기 능력을 평가한다. 예전에 배웠던 방식으로 가르친다면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게 된다. 배움과 가르침의 방법론도 진화하고 있다.

자신이 잘한다고 꼭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유명한 축구 감독이라 하더라도 수천 시간 연습한 축구선수보다 더 경기를 잘 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분야다.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찾아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니 이것은 단순한 지식전달도 아니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 이상의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배우려는 사람 스스로가 학습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배우려는 목표를 정한다. 이후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프로그램을 정하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는 학습의 형태다. 성인학습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흔히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에게 자기주도학습은 익혀야 할 새로운 것이다.

정년퇴임을 앞둔 한 교수님은 평생을 배우면서 살고 해마다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다고 한다. 운동화 끈을 잘 묶는 작은 방법부터 의학의 최신지견, IT기계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 등 정체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이 즐거움과 의미를 준다고 했다.

워크샵에서 돌아오면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연후 지부족 교연후 지곤(學然後 知不足, 敎然後 知困)’의 의미가 더욱 다가왔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고’, ‘배운 뒤에야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친 뒤에야 자기 능력으로 할 수 없어 막힘을 알게 된다’를 마음 깊이 느끼게 된다. 잘 가르치려고 하니 자신의 학식과 능력이 부족함을 알게 돼 반성하고 더 노력하게 된다는 뜻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언가를 잘 배우고 익히고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나의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다.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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