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물개’들이 금지 약물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등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중국 수영 스타 쑨양(24)은 지난해 5월 중국선수권대회에서 중국반도핑기구(CHINADA)가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 양성 반응을 보였다. 혈관확장제 중 하나인 트리메타지딘은 심장 기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약물로 2014년 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 리스트에 등재됐다.
하지만 쑨양은 3개월 자격 정지 징계만 받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징계를 받은 사실도, 징계가 8월16일 끝난 사실도 11월 말이 돼서야 밝혀졌다. 규정을 어기고도 멀쩡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쑨양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로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중국수영연맹과 CHINADA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솜 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것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즉각 쑨양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최악의 경우 선수 자격이 정지돼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이 박탈될 위기였다. 하지만 WADA는 제소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벤 니콜스 WADA 대변인은 당시 “모든 자료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징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CHINADA에 우려를 표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 쑨양은 치료 목적으로 트리메타지딘이 포함된 바소렐을 복용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병력이 담긴 의사 소견서는 WADA를 설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세계 수영계에서는 여전히 “자체적으로 너무 관대한 징계를 내렸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궁지에 몰린 쑨양은 운 좋게 탈출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박태환은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쑨양처럼 국내 대회에서 나온 양성 반응이 아니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테스트를 했고, WADA가 내세우는 무관용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또 쑨양처럼 그 동안 특별히 아픈 곳이 있던 것도 아니다. 박태환 측도 “선수 생활 이후 처음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 체력 상태를 체크해 보니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소견을 들어 주사를 맞았다”고 밝혔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쑨양은 자체 징계가 끝난 뒤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 랭킹 포인트가 그대로 유지된다. 트리메타지딘이 비교적 최근에 금지 약물로 등재된 점도 참작됐다”며 “쑨양은 심장이 안 좋아 약물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박태환은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FINA를 설득할 지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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