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에 서울·워싱턴 틈 없어" 한국 AIIB 가입엔 부정적 견해
“미국은 (일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는)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이 두 담화는 (한일 과거사) 이슈의 밑받침이 되는 중요한 담화라고 미국은 계속해서 믿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외교부 기자단과의 첫 간담회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원칙적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 일본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될 새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인 과거사 반성 부분을 뺄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리퍼트 대사는 “한일관계가 좋아야 이 지역의 다른 동맹국에게도 좋고 한일 양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며 “미국의 역할은 양국을 공식적으로 중재하는 게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양국 지도자와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진과 관련, 리퍼트 대사는 “일본이 투명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유엔 헌장과 관련해 일본이 결정 내린 사안이고 미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과 관련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의에 대해 “그가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와 범위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다”며 “목표 자체가 남북대화 재개라면 우리가 보기에 한국은 준비가 돼 있는데 북한 쪽에서 조건을 붙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핵실험 등 도발 행위를 했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북한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도 대화에 참여할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ㆍ미중 간 국방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리퍼트 대사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사드와 관련해 공식적인 협상은 전혀 없었다”며 “어떤 (군사적) 능력을 한국에 도입할 때는 긴밀히 정부와 협의하는데 사드는 전혀 그런 시점에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대해 “한국이 결정해야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환경ㆍ투명성 같은 분야에서 은행은 기준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AIIB 가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미국은 한국의 TPP에 대한 관심을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최근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한국식 중간 이름인 ‘세준’을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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