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86%,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 “영어만 시행 땐 他과목 의존 높아져”
국민 10명 중 8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에도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하기로 한 영어 절대평가를 두고 사교육이 다른 과목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과목에서도 절대평가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27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14~21일 시민 8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9%(743명)가 영어 절대평가 실시로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92%(763명)는 수학 공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변별력을 위해 대학이 상대평가로 치르는 수능 수학을 더 중시할 것(87%ㆍ724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86%(716명)는 수능 수학에도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나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연구원은 “상대평가 위주의 줄 세우기 경쟁은 과잉학습을 유발하고 학습 동기마저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생 고통 경감과 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수능 수학 절대평가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수능 수학에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상대평가 등급제는 사교육 억제ㆍ교육격차 해소 등 수많은 교육정책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마저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등급을 매기기 위해 학교 교육만 받아서 풀 수 없는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고, 학생은 이를 대비하고자 사교육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능 변별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학에 절대평가를 도입함으로써 ▦공교육 정상화 ▦수학포기자ㆍ사교육비 감소 ▦학생의 여가ㆍ특별활동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동익 서울 선사고 교사도 “문제풀이 방식을 벗어나 고등 사고력을 익히는 쪽으로 수학 수업이 이뤄지는 등 교실 혁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학이 입시에서 별도의 전형을 마련할 경우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에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여부를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등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수능 영어와 수학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더라도 국어ㆍ사회탐구ㆍ과학탐구 등 또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 전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때문에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절대평가 등급제를 시행해도 등급컷에 걸쳐 있는 수험생은 등급을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경쟁교육의 폐해를 막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수능을 대입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회 서울 성수고 교사도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 이수한 학생이 대입자격을 얻는 시험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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