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직전 금지약물 투약 확인… 메달 6개 박탈·중징계 가능성
‘마린 보이’ 박태환(26)이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아시안게임 메달 박탈은 물론, 최장 4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게 될 위기다.
박태환은 2014년 9월19일~10월4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100m 은메달과 자유형 200mㆍ400m, 계영400mㆍ800m, 혼계영 400m 동메달을 따냈다. 6개의 메달을 보탠 그는 아시안게임 국내선수 통산 최다 메달(20개) 보유자에 등극했다. 하지만 징계가 확정되면 인천에서 따낸 메달은 박탈된다. 최다 메달 타이틀도 기존의 박병택(남자 사격ㆍ19개)에게 돌아간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도핑 테스트를 한 시점부터 2년~4년간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기 때문에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성적 자체가 무효다. 아울러 박태환은 올 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도 물 건너가게 된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29일 서울 중구 T병원에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성분이 들어 있는 ‘네비도(nebido)’주사제를 맞았다. 테스토스테론은 미국 육상 선수 저스틴 게이틀린(33)이 2006년 양성 반응을 보여 4년 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던 금지 약물이다. 박태환이 FINA 도핑 테스트에 응한 시점은 9월초.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FINA가 훈련 장소와 시간을 파악해 불시에 박태환의 소변을 채취해 갔다. 양성 반응 결과는 10월 말 박태환 측과 대한수영연맹에 통보됐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이전에 도핑 테스트를 했다. FINA의 징계가 나오면, 아시안게임 메달을 박탈할 수밖에 없다”며 “청문회를 거쳐 징계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도핑 적발 사실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도록 한 FINA 규정 때문에 그 동안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박태환과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27ㆍ삼성전기) 사례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이용대는 도핑 테스트 자체가 없었고, 박태환은 금지약물 투약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이용대는 지난해 1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년간 자격정지 중징계를 맞았다. WADA의 불시검사를 3차례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이용대에게 1,2차 도핑 테스트 진행 여부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4월에 징계가 풀렸다.
한편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도핑테스트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박태환을 포함해 쑨양(24ㆍ중국) 하기노 고스케(21ㆍ일본) 등 메달리스트들의 소변을 잇따라 채취해 테스트를 했다. 박태환은 9월21일(자유형 200m), 23일(자유형 400m), 25일(자유형 100m) 경기 뒤 테스트에 응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 반응이었다.
조직위는 WADA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에 근거해 도핑대상을 선정했다. WADA의 국내 인증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시료를 정밀 분석해 OCA에 통보했다. 하지만 9월 초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박태환은 불과 보름 지난 도핑 테스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에 대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대회 중에는 이미 해당 성분이 모두 배출된 뒤여서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의사들이 네비도 주사를 3개월에 한 번씩 권유한다. 이 성분이 체내에 유지되는 기간은 2개월~3개월 정도라 보면 된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 중단 위기에 놓인 박태환은 내달 말 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는 등 앞으로 자신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원인과 책임 소재를 떠나 양성 반응에 따른 불이익을 선수가 감수해야 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태환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한체육회나 국가대표 의무진이 아니라 전문적인 도핑 지식이 부족한 외부 병원 의료진에게서 치료를 받아 도핑 파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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