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동반훈련 류현진 봉중근의 교학상장(敎學上長)
현직 메이저리거 류현진(28ㆍLA 다저스)과 전직 메이저리거 봉중근(35ㆍLG)은 학창시절부터 프로 무대까지 특별한 교집합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절친’이 되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신인 최초의 트리플크라운(투수 3관왕)을 달성하며‘괴물’로 승승장구했고, 봉중근은 2007년 미국에서 돌아와 LG에 입단 후 서서히 팀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나이도 봉중근이 일곱 살이나 많지만 둘은 호형호제한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시즌 중에도 화상 통화로 안부를 묻고, 류현진이 잠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겨울엔 거의 붙어 다닐 정도다. 닮은 듯 다른 둘을 하나로 묶은 공통 분모는 국가대표다.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6년)과 베이징올림픽(2008년), 광저우 아시안게임(2010년)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대표팀 마운드의 든든한 기둥으로 활약했다.
류현진처럼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먼저 ‘미국 물’을 먹은 봉중근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때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봉중근은 2002년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빅 리그 무대를 밟아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2004년까지 통산 7승을 올렸다.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태평양을 건넌 류현진에게 봉중근이 전수해 줄 건 야구 기술이 아닌, 미국 문화와 생활 등 야구 외적인 적응법이었다. 봉중근은 신일고 2학년을 마친 1997년 미국에 진출, 시기만 놓고 보면 해외파 1세대로 분류된다. 류현진은 “시즌 중에 가장 자주 연락하고 조언을 구하는 선배가 (봉)중근이형”이라고 말하고, 봉중근은 류현진의 호투 때마다 취재진에게 자기 일처럼 칭찬을 늘어 놓는다.
그런 둘은 생애 처음으로 동반 훈련을 즐기고 있다. 한국보다 늦은 2월1일 전지훈련를 시작하는 류현진이 일찌감치 몸을 만들기 위해 양상문(54) LG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LG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해 있다.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많은 국내 팀 가운데 LG를 고른 건 다저스 구단의 권유도 있었지만 봉중근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연봉 협상이 늦어진 봉중근이 지각 합류하자 누구보다 반가워했던 선수가 류현진이다.
늘 형에게 조언을 구하고 어리광을 부리던 류현진은 이번엔 스승이 되었다. 류현진은 최근 봉중근에게 클레이튼 커쇼로(27)부터 배운 슬라이더 그립의 비법을 전수해줬다. 실전에서 당장 써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봉중근은 메이저리그 2년 연속 10승 투수의 가르침을 받아 들였다. 양 감독은 봉중근뿐 아니라 LG 투수들을 모아 놓고 류현진에게 특강을 요청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스승이 되기도 하고 제자가 되기도 하지만 확실한 건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발전해 나간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200이닝 소화를, 봉중근은 팀 최초의 3년 연속 30세이브에 도전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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