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객관적 결론 도출엔 미흡"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쓰고 남은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2013년 10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올 상반기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론화위 인적구성 문제 등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한 시민ㆍ환경단체들을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폭넓은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시민ㆍ환경단체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원자력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단체 7곳에 연락한 결과 녹색연합과 에너지정의행동,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 3곳이 참여 의사를 밝혀 질문지를 보내 공식 답변을 받았다. 답변 분석 결과 세 단체는 모두 영구처리 시설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하지만 중간저장 시설에 대해서는 조건부 논의나 공식입장 미정을 밝힌 단체가 있다. 한편 세 단체 모두 공론화위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흡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고, 핵 폐기물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충분치 못하다고 진단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공론화위 위상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론화위를 핵발전 진흥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 감독하는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원전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기반한 공론화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실연은 공론화의 문제점으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홍보와 교육”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공론화위는 지난해 11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이 2055년 전후로 국내에 건설, 운영돼야 하고, 그 전까지는 별도 저장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중간의제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과실연은 일단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시설 부지 선정과 보상에 대해 실현 가능성 높은 방안을 구체화하지 못한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과 에너지정의행동은 각각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저장공간의 포화 해결 목적으로 축소해 저장과 처분시설 확보의 당위성만을 강조”했고, “기존에 나왔던 내용들을 나열만 했다”며 비판했다.
세 단체는 모두 영구처분 시설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다만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에너지정의행동은 전제로 했다. 녹색연합은 좀더 넓은 관점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규모와 입지, 운영방식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함께 논의”돼야 영구처분 시설 건립의 당위성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부연했다.
영구처분 시설을 건설한다 해도 완공은 수십년 뒤다. 현재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둔 대형 수조나 콘크리트 구조물 공간은 그 전에 꽉 찰 수 있다. 때문에 영구처분 시설과는 별도의 중간저장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론화위는 중간의제에 함께 담았다. 과실연은 이에 동의하면서 중간저장 시설을 짓기 위해 “새 부지를 선정하는 것보다 현재 원전 부지 내에 추가로 건설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수조보다 콘크리트 구조물 저장이 외국에선 더 안전하다고 평가 받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중간저장 논의에 앞서 “현재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시설이 “기술적으로는 중간저장과 동일하지만 중간저장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간저장 논의는 “현재 사용후핵연료의 양과 보관 가능 기간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여러 방식의 기술적 쟁점을 재검검한 뒤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에너지정의행동은 밝혔다. 녹색연합은 중간저장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국민 이해도가 낮다는데 대해서도 세 단체의 견해는 일치했다. 과실연은 “원전당국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과의 소통 노력을 끈질기게 해야 하며 원자력 전문가들은 교육과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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