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준호 처지가 새옹지마를 떠올린다.
한때 모든 게 잘 풀렸다. KBS 개그콘서트 터줏대감 김준호는 2013년 KBS 연예대상 대상을 차지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개최해 개그계에서 칭찬이 자자했고, 유명한 개그맨을 거느린 코코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로도 일해왔다. 그런데 믿었던 동업자는 회사 자금을 빼돌려 달아났다. 우발 채무를 파악하니 빚이 무려 수십억원대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린 김준호에게 후배 개그맨의 응원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후배들은 각종 시상식에서 “코코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 선배 김준호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김준호는 후배가 받지 못한 출연료 가운데 일부를 자비로 지급하기로 했고, 코코엔터테인먼트는 24일 회생이 불가능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준호는 사업에 서툴렀으나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폐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개그맨이 김대희가 설립한 연예기획사 JD브로스로 대거 이동하자 코코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이 26일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김준호 공동대표를 비판했다. 주주들이 코코엔터테인먼트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김준호 때문에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회사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김준호 대표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호를 비판하는 주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렇다. 코코엔터테인먼트는 여러 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최대한 회생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김준호가 파산을 주장하고 김대희가 차린 회사에 소속 개그맨이 대거 이동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형법상 배임은 업무상 임무(공동대표)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쳐야 성립된다.
JD브로스 대표인 개그맨 김대희는 “우리 뜻을 몰라주니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김대희는 JD브로스는 코코엔터테인먼트나 김준호와는 무관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이름 가운데 J가 김준호를 의미한다고 인정했다. 파산으로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던 코코엔터테인먼트 횡령 사건은 김준호에게 도덕적인 상처를 줄 수 있게 됐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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