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어제 당정협의를 거쳐 최근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근절하고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미 공표된 학대행위 처벌 강화와 폐쇄회로(CC)TV 의무화를 비롯해 보육교사의 자격관리 강화 및 근로여건 개선, 질 높은 보육인프라 확충 등이 망라됐다. 열흘 전 들끓는 민심에 쫓겨 부랴부랴 발표한 1차 대책이 근본적 예방보다 손쉬운 처벌 강화에 방점이 찍혔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모양새다.
그러나 큰 틀의 방향만 있을 뿐 세부 계획이 빠져 있거나 추후 검토 사안으로 미뤄둔 대목이 적지 않다. 일례로 학대행위가 한차례만 적발돼도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해당 교사와 원장을 영구퇴출 한다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의 경우 학대 수위 등 적용기준과 피해아동에 대한 사후지원 절차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논란이 된 CCTV 설치 의무화는 신규 어린이집 인가 요건에 포함하되 기존 시설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하도록 제도화한다고만 돼있다. 2월까지 어린이집 실태조사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도 1차 대책에서 달라진 게 없다. 구체안도 없이 불과 열흘 만에 대책을 다시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바람은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보육시설을 대폭 늘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종합대책에 포함된 2017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450곳 추가 등은 이미 지난해 8월 발표된 사회보장기본계획의 재탕에 그쳤다. 2013년 기준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5.3%로 계획대로 시설을 늘려도 한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전업주부들의 반발을 불렀던 0~2세 가정양육 유도 정책도 양육수당 등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예산 확보 방안이 빠졌다. 가정양육 부모도 필요에 따라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제보육반을 확대한다는 계획 역시 질 높은 보육시설의 확충 없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간 숱한 사건사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 거듭 확인됐듯이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 등 임시방편이 아니라 보육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미래세대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확고한 의지가 전제돼야 하고 무엇보다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등의 불 끄기에 급급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책을 내놓고 정작 중요한 예산 문제는 “예산당국과 협의해 보겠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겨서는 정부의 정책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보육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어렵다면 국민의 이해를 구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뚝심 있게 추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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