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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가 좋겠다

입력
2015.01.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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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하다면 병역면제가 숨길 일은 아닐 테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놓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군대 같은 곳은 어떻게든 먼저 겪고 온 다음에야 남한테 가라 마라 하기도 좀 편한 법이다. 부모 빽 믿는 갑질이 흔한 세상에 알아서 군대 가주는 자식은 부모 출세 돕는 드문 효자다. 사진은 25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자기 집무실에서 병역면제 의혹이 제기된 차남의 엑스레이 사진을 들어 보이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떳떳하다면 병역면제가 숨길 일은 아닐 테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놓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군대 같은 곳은 어떻게든 먼저 겪고 온 다음에야 남한테 가라 마라 하기도 좀 편한 법이다. 부모 빽 믿는 갑질이 흔한 세상에 알아서 군대 가주는 자식은 부모 출세 돕는 드문 효자다. 사진은 25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자기 집무실에서 병역면제 의혹이 제기된 차남의 엑스레이 사진을 들어 보이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가고 싶었지만 못 갔을까. 그랬을 수 있다. 믿기진 않는다. 가기 싫어도 가는 곳이 군대다. 흔쾌히 보내는 부모도 없을 거다. 면제 세습은 우연이 아니다. 위화감 키우는 건 위선이다.

“필자는 불행히도(?) 아들만 둘이다. 어제 현역 복무 중인 큰아들 녀석이 병가(病暇)를 얻어왔다. (…) 대학 2학년 때 좀 편하다는 공군과 의경을 넘보다가 접었다. 하루는 술을 먹고 “우리 집 DNA는 구질구질해. 키만 0.5㎝ 더 컸어도…”라고 넋두리했다. DNA가 형편없는 나는 미안했다. 그 녀석이 석 달 전 부대에서 전화를 했다. “아빠, 면회 한번 와 줄래. 발을 다쳤어.” (…) 열흘 전 녀석이 휴가를 나왔다. “여전히 밤에 잠을 못 잘 만큼 아프다”고 했다. 서둘러 대형병원에 데려가 값비싼 MRI를 찍었다. 의사가 선명한 MRI 사진을 흔들며 말했다. “발목 인대 파열입니다. 여기 시커먼 선이 뚝 끊어졌잖아요. X선이나 CT로는 모르죠.” (…) 무조건 “참아라”고 윽박지른 못난 아빠가 미안할 따름이다. 부디 병역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이 땅의 평범한 가정은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군에서 고장 난 아들을 다시 고쳐서라도 국가에 갖다 바치는 게 당연한 일이라 믿는다. 높은 나라 분들이 이 정도의 AS는 이 땅의 ‘의무’라고 하니까…. 솔직히 나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이하 경칭 생략)가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부러운 건 ‘신(神)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부주상골’로 입영 1년 만에 육군 일병으로 소집 해제됐다. 차남은 유학 중 축구를 하다 무릎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병역이 면제됐다. 둘 다 무시무시한 질병이었을 것으로 믿고 싶다. 또한 부끄러운 이유는 이 땅에 그만큼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수첩에는 하자(瑕疵) 있는 인물만 넘쳐난다. 1년1개월 만에 소집해제된 인사는 이완구뿐 아니다. 최경환ㆍ문형표ㆍ윤병세ㆍ김진태ㆍ안종범 등 수두룩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각료의 병역면제와 대체복무 비율은 무려 50%다. 그 아들들 또한 만성 폐쇄성, 수핵탈출증, 사구체신염 등으로 병역면제가 흔하디 흔하다. 하기야 정신병으로 군대 안 간 인사가 검찰 핵심간부로 수사를 총지휘한 웃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 지금이 어느 때인가. 현역 판정 비율이 91%인 국민 개병(皆兵) 시대다. 임 병장, 윤 일병 사건의 끔찍한 트라우마는 여전하다. 모두 병역의무에 따른 가슴 아픈 희생자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몰랐다면 민심에 둔감한 것이요, 알고도 이완구를 지명했다면 엄청난 강심장이다. ‘책임 총리’에 앞서 ‘(병역) 책임을 다한 총리’부터 보고 싶다. (…) 지금 이완구는 납작 엎드려야지 철심 박힌 차남의 X선 사진을 흔드는 건 예의가 아니다.”

-나는 이완구 총리에 공감 못한다(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둘째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을 정면으로 받아치고 있다. 공개 검증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아들이 10년 전 운동하다 무릎인대가 끊어졌다는데 이 후보자는 X선 사진도 여러 장 들고 나왔다. 자신 있다는 태도다. (…) 이제 와서 예순다섯 살 아버지가 왜 서른네 살 아들의 병역 과거를 책임지는가. 국민 정서와 분위기, 관련 규정을 모르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 아들은 병역 면제율이 10%를 넘은 때도 있었다. 일반 면제율보다 두세 배 이상 높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들 병역 논란이 잘못 불붙으면 그걸로 끝장이다. (…)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직일수록 직계 존비속까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우리는 믿어왔고 규정도 만들었다. 그렇다 해도 고위 공직 후보자는 언제, 어디까지 자식의 행동을 책임져야 하는지 궁금하다. (…) 군대는 부모가 보낼지 말지 결정하는 데가 아니다. 자식 스스로 알아서 이행하는 국민 된 의무다. 나도 그랬고, 세 아들도 그리 가르쳤다. 나는 흠 많은 못난 아비다. 그러나 나는 아들이 언제 군대에 가고, 육ㆍ해ㆍ공군 어디를 택하고, 장ㆍ사병 중 어디로 진로를 정하든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군대는 ‘부모 군대’가 아니다. 홀로 판단하고 알아서 책임지는 장정들이 모이는 곳이다. 병역 2년이 어떤 젊은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 고위 공직자 아들이 연평해전 용사(勇士)에 포함되어 있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재벌가 사내들의 병역 면제율이 50%를 넘는다는 것도 안다. (…) 그래도 아들 병역 논란을 아버지가 선제적으로 떠안고 나서는 건 말리고 싶다.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영향력을 행사해 병역을 면제해줄 수도 있었다는 뜻인가. 그런 오해가 있을까 봐 켕기는가.”

-왜 아들 兵役을 왜 아버지가 책임지는가(조선일보 ‘태평로’ㆍ김광일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학대-반인권 해법이 낙인-비인권이어선 안 된다. 악마는 속성일 터. 구조가 발현을 막는다. 탁아 수요 증가는 진보다. 국가 산업화로 귀결된다. 상업화는 퇴보다. 외주가 보육 망친다.

“인천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파장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워낙 충격적이었다. 네 살배기가 주먹에 맞아 공중으로 붕 떴다가 방바닥에 나자빠지는 장면을 보면서 다들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학대 교사는 곤충처럼 채집돼 두고두고 소개될 ‘나쁜 표본’이 되었다. (…) 그는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듯하다. 그런데 대중도 분노 조절에 실패했다. 교사 신상이 털리고 사진과 카카오톡, 일부 가족 이름까지 공개됐다. 사회적 분노가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아니라 분풀이 동력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분노가 개인에게 집중되면 사건의 구조와 본질은 부각되지 못한다. (…) 학대 교사는 인터넷에 공개된 블로그에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순수한 마음을 갖고 싶다”고 썼다. (…) 무지막지한 네 살배기 학대와, 순수해지고 싶다는 글이 똑같이 31살 교사 한 사람에 의해 생산된 것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개인의 문제를 따질 양이면 이런 양면성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평가해야 공평하다. (…) 민간 어린이집 교사의 현실은 열악하다는 말로는 모자란다. 그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일하고 월 120만원을 받는다. 올 최저임금 월 116만원 수준이다. 꼬박 10시간 동안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아이 20여명을 혼자서 가르치고 밥 먹이고 씻기고 낮잠 재우고 용변 관리를 해야 하는 중노동 대가로는 너무 적다. (…) 저임금ㆍ장시간ㆍ고강도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주문할 수 있겠는가. 어린이집은 부조화의 공간이다. 사고라도 날까봐 가슴 졸이며 아이를 잘 돌봐주기 바라는 학부모의 높은 기대치와, 진정성을 갖고 아이를 대하기 힘든 교사들의 현실이 부딪치는 곳이다. (…)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제대로 된 유아 교육을 하기 위한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조치는 교사들의 처우 개선이다. (…)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사건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것은 바로 교사들의 급여가 높고 노동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또 다른 대책으로 꼽힌다. 교사 자질 검증이나 처벌 강화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재탕, 삼탕 대책을 남발하더니 지난 24일엔 전일제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에게만 개방하고 전업주부는 가정 양육을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가 강한 반발을 샀다. 여성이 가사ㆍ육아 노동을 해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발상에서 나온 정책인 데다 비자발적 전업주부들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대통령, 정치인, 장차관들을 생각 의자에 앉히고 싶다.” 한 민간 어린이집 교사의 발언이다.”

-생각 의자(경향신문 ‘경향의 눈’ㆍ조호연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네 살짜리 유아에게 무자비하게 주먹질을 한 인천 어린이집 교사가 아니더라도 주변 엄마들에게 무서운 어린이집 교사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 부모들은 공권력이 조금이라도 더 미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그런데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2003년부터 5%대로 제자리걸음이다. 국공립을 짓는 예산도 예산이지만, 사설 어린이집들의 반대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구립 어린이집들은 아이들을 위해 등ㆍ하원 차량을 운행하고 싶어도 못한다. 인근 민간ㆍ가정 어린이집들이 “구립이 차량까지 운영하면 아이들 다 빼앗긴다”고 항의하기 때문이다. (…)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논란이 되자 정부와 국회는 마치 모든 잘못이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만든 건 바로 정부와 국회다. 영ㆍ유아야말로 인성(人性)이 잘 갖춰진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무자격자’가 대거 어린이집 원장·교사가 될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췄다. (…) 맞벌이 가정이 느는 데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으로 보육 기관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 예산으로 해결을 못 하니 민간에 그 역할을 맡겨온 것이다. 그 결과 어린이집은 20여년 만에 5000곳(1993년)에서 4만3000곳(2015년)으로 급증했다. 이런 시스템에서 아이 훈육하는 방법을 모르고 스스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일부 사람들까지 걸러지지 않고 보육 교사가 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도입한 ‘무상 보육’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 아동 학대를 하든 송편 한 알을 간식으로 주든 꼬박꼬박 나랏돈이 나간다. 어린이집 무상 보육에 작년에만 나랏돈이 6조원 넘게 들어갔다. 무상 보육 도입 이후 어린이집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와 국회는 어린이집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정책 실패’부터 반성해야 한다.”

-보육 정책이 초래한 학대(1월 19일자 조선일보 ‘기자의 視角’ㆍ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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