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ㆍ윤형주ㆍ이장희ㆍ조영남…
실제 인물들 이야기 재구성
추억의 히트곡ㆍ닮은꼴 연기 재미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조영남, 김세환…. ‘국제시장’ ‘허삼관’ ‘강남 1970’ 등 복고 소재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1960년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음악감상실 ‘세시봉’을 로맨스 드라마로 풀어낸 영화 ‘쎄시봉’이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송창식, 윤형주와 함께 활동하다 방송 데뷔 직전 군 입대 문제로 팀을 탈퇴해야 했던 이익균씨의 이야기를 허구로 재구성해 만들었다. 트리오 세시봉의 제3의 멤버 오근태(정우)와 세시봉 가수들의 여신 민자영(한효주)의 사랑을 과거와 현재로 나눠 보여준다.
영화는 트리오 세시봉의 세 멤버가 하나씩 모이는 것을 시작으로 추억의 융단을 직조한다. 시인 윤동주와 육촌 사이인 연세대 의대생 윤형주(강하늘), 클래식과 성악을 전공한 괴짜 천재 송창식(조복래) 그리고 프로듀서 이장희에 발탁된 ‘통영 촌놈’ 오근태. 세 사람은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로 유명한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와 미국 민요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에 가사를 새로 붙인 ‘백일몽’으로 호흡을 맞추며 차츰 인기를 얻는다.
‘쎄시봉’의 시나리오는 코니 프랜시스의 곡을 번안한 트윈 폴리오의 ‘웨딩 케익’ 가사에서 힌트를 얻어 쓰였다. 송창식과 윤형주가 이씨의 군 입대 후 듀오로 발표한 곡이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가야 하는 화자가 민자영이라면, “외로이 남아 있는 웨딩 케익”을 두고 간 사람은 오근태인 셈이다. 자영에게 반한 근태는 주위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남자친구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결국 원치 않은 이별을 하고 트리오 세시봉에서도 탈퇴한다.
경쾌하고 발랄하게 시작한 영화는 90년대로 넘어간 뒤부터 맥이 빠진다. 미국으로 이주해 번듯한 사업가로 성장한 이장희(장현성)를 매개로 근태(김윤석)와 자영(김희애)이 다시 만나 오열하는 장면에는 신파적 감정이 과하게 실려 조금 부담스럽다. 에필로그 또는 사족에 해당하는 부분에 너무 힘을 실은 듯한 인상이다.
‘쎄시봉’은 청춘 멜로영화이자 음악영화인 동시에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드라마다.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를 추억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세트로 재현한 명동 거리와 미도파 백화점, 당시의 유행을 반영한 의상, 미니스커트와 장발 단속 그리고 ‘하얀 손수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2시간 동안 흐르는 추억의 히트곡이 70년대 청년문화의 싹을 틔웠던 1967년의 서울로 안내한다.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진구), 조영남(김인권) 등 실명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허구의 이야기를 실화처럼 보이도록 돕는다.
음악영화답게 음악을 재치 있게 활용한 장면이 많다. 송창식의 ‘사랑이야’로 근태의 마음을 표현한 부분, 윤형주가 해수욕장에서 만난 여성을 위해 30분 만에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라라라’에 착안한 장면, 자영을 두고 세시봉 친구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로 풀어낸 몽타주 시퀀스는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다.
실제 가수와 극중 배우가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으로 잘 알려진 강하늘은 뮤지컬 출연 경력을 자랑하듯 빼어난 가창력을 뽐낸다. 윤형주처럼 맑고 또렷한 고음이 인상적이다. 연극 배우 출신인 조복래도 송창식과 유사한 창법으로 노래하며 청년 송창식을 스크린 위로 불러들인다. 이장희의 노래는 진구 대신 정우가 자영에게 구애하는 근태의 마음을 담아 불렀다. 김인권은 조영남의 말투와 제스처를 판박이처럼 따라해 웃음을 준다.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연애에 서투른 남자들을 코믹하면서도 쓸쓸하게 묘사한 김현석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다. 김 감독은 “어수룩하고 불완전한 남자들이 사랑을 통해서 성숙하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며 “세대를 뛰어 넘어 20세 무렵의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가슴 아팠던 첫사랑에 대해 공감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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