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많이 변했다. 테마가 다양해졌고 체험할 것도 참 풍성해졌다. 지방에도 시설 번듯하고 유용한 곳들이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여행지를 2월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 추천했다.
● 경기 안산 대부도 유리섬과 종이미술관
단원구 부흥로에 이치한 유리섬은 유리로 만든 예술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유리섬미술관을 비롯해 유리공예시연장, 야외조각공원, 아트샵 등으로 조성됐다. 유리섬미술관은 유리의 역사와 함께 유리로 만든 동화 속 세상을 보여준다. 유리로 만들어진 새와 바닷속 산호,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등이 등장한다.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유리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 유리공예시연장은 유리공예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다. 온도가 1,200℃가 넘는 가마에 유리를 녹이고 파이프로 불며 모양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유리공예 작품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만든 작품은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유리 막대를 녹여 작은 목걸이나 열쇠고리를 만드는 램프워킹 체험도 인기다. 야외조각공원은 가볍게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다. 유리 조형물도 설치돼 있고 갯벌 따라 산책로와 갈대숲이 조성돼 있다.
단원구 대부남동에 있는 종이미술관은 한지 공예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곳이다. 전시 공간과 체험 공방, 카페 등으로 이뤄졌다. 화병, 문갑, 서랍장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한지를 소재로 표현한 예술 작품이 전시 중이다. 어린이미술관은 닥종이 인형을 전시한다. 시골풍경, 눈싸움 하는 아이들 등 전래 동화 속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숙박체험 가능한 한옥도 있다.
대부도 해안을 연결하는 ‘대부해솔길’ 4코스가 유리섬과 종이미술관을 지난다. 한적한 어촌마을 구경하며 잠깐 걸어도 좋다.
이 외에 안산에는 체험 승마가 가능한 베르아델 승마클럽, 서양화가 정문규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정문규미술관, 안산 인근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서해안 갯벌의 생태와 어업 문화를 전시한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 있다. 대부도 유리섬 (032)885-6262ㆍ종이미술관 (032)887-0606
● 강원 속초 국립산악박물관
한국은 산악 강국이다. 1977년 9월 15일 한국 산악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 故고상돈 대장을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배출했다. 노학동에 위치한 국립산악박물관은 이런 한국의 등반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 등산 문화와 등반 기록을 재조명하고 우리 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각 전시실마다 한국 근대 등반의 역사, 한국 대표 산악인 50여명의 발자취, 우리 선조들의 산에 대한 인식, 신앙, 예술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특히 제2전시실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은 한국 산악계의 태산준령이라 불리는 故김정태 대장을 비롯해 김영도, 故고상돈, 故박영석, 오은선 대장 등 5인이 실제 사용하던 장비와 유물을 전시한다.
체험실도 있다. 특히 암벽체험실이 인기다. 전문가에게 인공 홀드(인공 암벽에 손잡이나 발디딤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도구) 이용법과 자세, 이동법을 배우고 암벽 타기에 도전할 수 있다. 고산체험도 이색적이다. 해발 3,000m와 5,000m 환경 속에서 러닝머신을 걷는 체험이 가능하다. 국립산악박물관 (033)638-4459
● 강원 원주 고판화박물관ㆍ뮤지엄 산ㆍ오랜미래 신화미술관
고판화박물관은 신림면 명주사 경내에 있다. 이곳 주지이자 고판화박물관 관장인 한선학 스님이 모은 4,000여점의 목판과 판화 중 일부를 전시한다. 원주는 조선 초기부터 500년간 강원감영이 있던 도시다. 관찰사의 업무 공간이자, 중앙의 정치 이념과 문화를 지역에 전하던 곳이 감영이다. 감영은 중앙에서 만든 책을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 제작, 배포하거나, 지역의 정보를 모아 직접 책을 만들기도 했다. 자연스레 목판과 종이를 만들고 책을 보관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고판화박물관 역시 감영과 관계 깊은 문화 공간이다. 판화체험도 가능하다.
지정면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자연과 박물관, 미술관을 함께 즐기는 장소다. 산 정상에 있어 관람 동선을 따라 걷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 진다. 웰컴센터에서 시작해 자작나무 길이 아름다운 플라워가든, 건물의 반영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워터가든, 종이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페이퍼갤러리, 기획 전시를 하는 청조갤러리, 우리나라 팔도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구성된 스톤가든, 빛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휴게 공간과 체험 공간이 있다.
오랜미래 신화미술관은 문막읍에 있다. 우리의 신화를 빚어놓은 공간이다. 조소를 전공한 김봉준 관장이 신화를 연구하여 만든 작품들이다. 창세신화, 건국신화, 마을 신화, 여신 신화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방문 예약제로 운영된다. 미술관이 있는 진밭마을은 재미있는 곳이다. 마을에 전해지는 호랑이 이야기를 주제 삼아 호랑이 조각을 만들고, 마을 이름도 ‘호시탐탐 진밭마을’이라 정했다. 마을 입구 숲에서 깊숙한 곳까지 여기저기 자리한 체험 공간을 빼놓지 않고 탐험하고 본다는 뜻도 된다. 마을 입구 숲 아래 캠핑장과 작은 썰매장도 있다. 고판화박물관 (033)761-7885ㆍ뮤지엄 산 (033)730-9000ㆍ오랜미래 신화미술관 (033)746-5256
● 서울 국립한글박물관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9일 문을 열었다. 박물관 주 전시실은 2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이다. 이곳은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하고 그에 따라 나타난 변화와 한글이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과정을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이용해 소개한다. 3층 기획전시실은 개관 기념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를 진행 중이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현대미술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 전시 중이다. 전시실 맞은편에 있는 한글놀이터는 한글과 놀이를 결합한 재미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운영하는 무료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더 알차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해 한글의 역사와 각종 전시물에 대한 정보를 쉽게 설명해 준다.
국립한글박물관 인근에 국립중앙박물관도 있다.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보여 주는 자료를 집대성해 놓았다. 국립한글박물관 (02)2124-6200ㆍ국립중앙박물관 (02)2077-9000
● 전남 목포자연사박물관ㆍ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ㆍ어린이바다과학관
목포는 박물관 투어하기 알맞은 도시다. 박물관 사이 거리가 가깝고, 자연사부터 수중고고학까지 테마도 다양하다. 갓바위 주변에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문학관, 남농기념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문예역사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 박물관과 전시관이 모여 있어 도보로 이동하며 관람을 즐기면 된다. 아이가 있다면 목포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둘러보고, 차로 10분 거리인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까지 관람하는 코스가 괜찮다.
용해동에 있는 목포자연사박물관은 46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역사와 관련한 자료를 전시한다. 중앙홀의 거대한 공룡 뼈와 화석이 유명한 곳이다.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룡 다리뼈, 바다의 사냥꾼인 상어와 밍크고래 진품 전신 골격은 아이들이 특히 흥미로워한다.
4D입체상영관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4D 영상을 상영한다(정오 제외). 웅장한 사운드와 입체 영상, 생생한 특수 효과가 압권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육식 공룡 알 둥지 화석 전시도 진행 중이다. 2009년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서 발견된 화석인데 지름이 2.3m, 무게가 3톤에 이른다.
목포자연사박물관 맞은편에 자리 잡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수중 문화유산을 발굴, 연구, 전시하는 곳이다. 상설전시관이 총 4곳. 이 가운데 고려선실과 신안선실이 특히 흥미진진하다. 서해와 남해에서 발굴된 청자 운반선과 곡물 운반선이 들려주는 고려 시대 이야기,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다가 신안 앞바다에 좌초한 중국의 무역선이 전해주는 동아시아 해상 교역 이야기가 수백 년을 거슬러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두 전시실 모두 복원된 선박과 발굴품 전시가 매우 입체적이고 동선이 매끄러워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정동에 있는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은 2013년 삼학도에 문을 연 박물관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다. 유아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전시 공간을 놀이터처럼 신나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 1층 ‘바다 상상홀’에서 노란색 잠수정을 타고 바닷속으로 진입하면 ‘깊은 바다’ ‘중간 바다’ ‘얕은 바다’로 자연스럽게 관람 동선이 이어진다. 수심 1000m 이하 깊은 바다에서 가상의 해저지형을 체험하고, 어슴푸레한 빛이 들어오는 중간 바다로 올라와 바다 생태계를 관찰한 다음, 수심 200m 내외 얕은 바다에서 바다 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4D 영상관에서는 15분짜리 4D 입체 영상 ‘바다 이야기’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상영된다(정오 제외). 목포자연사박물관 (061)274-3655ㆍ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061)270-2000ㆍ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061)242-6359
● 충남 공주 임립미술관ㆍ국립공주박물관ㆍ석장리박물관
공주로 떠나는 박물관, 미술관 여행은 타임머신을 탄 듯 흥미롭다. 계룡계룡면에 위치한 임립미술관은 1997년에 문을 연, 충청남도 사립 미술관 1호다. 공주 토박이인 임립 관장의 소장품 외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분기별로 내걸린다.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한 뒤 그리기, 만들기 등 체험도 가능하다. 봄에는 모래 놀이, 백제 놀이, 주말농장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미술관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미술관 옆에는 글램핑장도 마련돼 있다. 그 유명한 계룡산 갑사가 미술관에서 지척이다.
웅진동에 있는 국립공주박물관은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 4,000여점을 전시한다. 무령왕릉의 석실을 재현해보는 벽돌 쌓기, 백제 문양 탁본 체험 등도 가능하다. 박물관에서 무령왕릉까지 사색하며 걸어도 좋다. 석장리동에 있는 석장리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선사 박물관이다. 강변 옆에 조성된 선사시대 인물 모형, 움막집을 배경으로 선사시대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임립미술관 (041)856-7749ㆍ국립공주박물관 (041)850-6300ㆍ석장리박물관 (041)840-8924
● 경남 고령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의 수도였던 고령은 삼국의 도읍이던 경주, 부여, 공주 못지않은 고도다. 고령읍 대가야로 일대에는 이름처럼 대가야의 흔적이 많다. 지산삼거리의 대가야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 대가야박물관과 남쪽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가 이웃한다. 이들을 아우르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도 있다. 세 곳 모두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는 대가야의 역사를 테마파크 형식으로 조성한 곳이다. 전시관, 체험관, 대가야입체(4D)영상관 등이 자리한다. 여름에는 물놀이장도 인기다. 그 가운데 고대 가옥이나 유물 등을 본뜬 고대가옥촌이 있다. 토기 또는 철기방, 대가야가마터체험관 등은 도자기 만들기, 아로마 체험 등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아래가 대가야박물관이다. 상설전시실은 구석기에서 근대에 이르는 고령의 역사를 대가야 중심으로 전시한다. 대가야역사관 서쪽은 어린이체험학습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이다. 어린이체험학습관은 별도의 체험 공간으로 작지만 알차다. 대가야의 토기나 투구, 왕관 맞추기, 다듬이나 절구 등 민속 체험은 무료로, 탁본, 암각화 그리기, 대가야 이야기책 만들기 등은 유료다.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정문 주차장에서 도로 건너편이다. 하지만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통나무펜션 단지에서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거쳐 간다. 주산의 능선 따라 늘어선 5~6세기 고분들이 평범한 산길을 특별하게 만든다. 대가야박물관 (054)950-7103ㆍ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054)950-7005
● 전북 무주 태권도박물관
지난해 설천면 백운산 자락에 태권도원이 생겼다. 태권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태권도의 역사가 오롯한 태권도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장, 태권도 체험관 등으로 꾸며졌다. 공연장에서는 매일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진행되고, 태권 체조와 생활에 유용한 호신술, 격파술을 배우고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체험관은 태권도를 연마하는 가상 체험 공간이다. 기초 체력, 실전 체험, 겨루기, 태권 체조 등 4가지 체험실이 갖춰져 있다.
태권도원에는 도전의 장(체험 공간) 외에 태권도 수련에 필요한 도약의 장(수련 공간), 전통 정원 호연정부터 전망대에 이르는 도달의 장(상징 공간)도 마련되었다. 도전의 장 앞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도달의 장까지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전망대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모노레일이 운행하며, 등산로를 이용해도 10분이면 전망대에 닿는다. 3층 규모로 옥상은 태권도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다. 전망대 뒤로 백운산, 앞으로는 민주지산의 장쾌한 능선이 펼쳐진다.
무주 읍내에는 무주를 대표하는 조선 시대 화가 최북과 일제강점기 문학비평가 김환태의 삶과 업적을 만나보는 최북미술관, 김환태문학관이 있다. 두 전시관은 로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한다.
조선 후기 화가 최북은 기이한 행동과 작품 활동으로 ‘조선의 반 고흐’라 불린다. 금강산 구경 갔다가 술에 취해 물에 뛰어든 일이나, 벼슬아치가 강압적으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에 스스로 눈을 찔러 애꾸가 된 이야기는 그의 기이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환태문학관은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으로 인해 절필했고, 36세에 짧은 생을 마친 김환태의 삶이 전시된 공간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김기림, 이효석, 유치진, 정지용 등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에 참여한 인물이다. 태권도원 (063)320-0114ㆍ최북미술관&김환태문학관 (063)320-5636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ㆍ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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