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2군감독·프런트 무한 변신 "포수는 큰그림 봐야" 후배들에 조언
그라운드, 유니폼, 포수 미트와 방망이. 항상 곁에 있던 것들과 잠시 거리를 뒀다. 대신 정장 또는 세미 캐주얼 등 사복을 입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의 앞에 놓인 건 노트북과 서류들이다.
한국 야구 최고의 포수로 손꼽혔던 박경완(43) 육성총괄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13 시즌을 마친 뒤 23년간 정들었던 프로 유니폼을 벗고 2014년 SK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그 해 11월 육성총괄에 임명됐다. 이 직책은 구단 프런트로 팀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 김용희(60) SK 감독이 지난해 1년간 경험했던 자리다.
육성총괄 업무를 시작한지 3개월이 된 박 총괄은 26일 인천 구월동 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보와 인터뷰에서 “현장에만 24년 있었다. 프런트는 처음이다”며 “그 동안 한 쪽에서만 바라봤는데 지금은 현장과 프런트 각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총괄이라는 직책이 팀의 큰 틀을 보라는 의미”라며 “나중에 현장으로 돌아가면 구단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어색한 사무실 라이프
선수들은 1년에 한 두 번 연봉 계약을 위해 구단 사무실을 찾는다. 그래서 사무실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박 총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사무실에 사복을 입고 처음 왔을 때 두려웠다”며 “계속 움직이다가 책상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서류들을 체크하니 낯설고 어렵더라. 사무실 시계는 어찌 안 돌아가는지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다”고 웃었다.
박 총괄은 아직 컴퓨터 자판을 치는데도 힘겨워 한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을 구사한다. 박 총괄은 “타자 실력이 잘 안 는다”며 “한 손으로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점심 시간에는 구단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가위바위보’를 통해 커피 내기를 하는 재미도 들렸다. 박 총괄은 “내가 선택한 길이니 빨리 적응할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육성총괄은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
박 총괄은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은퇴 후 곧바로 2군 감독, 그리고 육성총괄까지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다”며 “1년간 감독을 하면서 서두른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차근차근 돌아간다는 기분 그리고 앞으로 현장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육성총괄은 내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언제일까. 박 총괄은 “감독 생활도 1년은 짧다. 프런트도 2년 정도는 해봐야 다 알지 않을까. 판단은 구단에서 하는 것이다. 프런트에 있는 만큼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준비를 착실히 하면서 구단이 판단하는 방향으로 따라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야구 포수 기근? 성장 위한 과정
박 총괄은 프로에서 23시즌(역대 최장)을 뛴 명포수 출신이다. 박 총괄이 지키는 안방은 팀 전력의 70%를 차지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승은 5차례 경험했고, 홈런왕 2차례, 골든글러브 4회 수상 등 무수한 기록을 남겼다.
박 총괄은 최근 불거진 포수 기근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인적 자원은 없는 게 아니다. 포수는 다른 위치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짧게는 3년을 봐야 한다. 그것도 경기를 뛰면서 배워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수들이 성장하기를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 총괄은 또한 “정상호나 이재원(이상 SK), 강민호(롯데), 양의지(두산) 등 훌륭한 포수들이 여러 명 있지만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해줘야만 포수 기근이라는 말이 안 나올 것”이라며 “아쉬운 건 포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이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과 다르게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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