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반짝성공 뒤 잊혀져… 노래는 유명한데 몰라봐 섭섭
음악 유학·홍대 소공연으로 한풀이 "서너 달마다 새 음악 발표할 것"
‘정재욱’이라는 이름을 대면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잘 가요, 내 소중한 사랑, 고마웠어요”로 시작되는‘잘가요’의 클라이맥스를 부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랫동안 노래로만 기억돼 온 가수 정재욱이 신곡 ‘눈자욱’을 발표했다. 2011년 ‘지나가네요’를 발표한 지 4년 만이다.
정재욱은 20세기 말 유행했던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 뒤에 숨은 ‘얼굴 없는 가수’들 중에서 성공을 거둔 몇 명 중 하나다. 하지만 2집의 성공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속사도 계속 바뀌었다. “제가 소속됐던 회사들 중에 지금 남아 있는 회사가 없을 정도예요. 지금까지 제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회사가 없었죠.”
방송에도 잘 나가지 못했다. ‘잘가요’가 성공한 전성기 시절조차 뮤직비디오만 주로 방송됐을 뿐 정작 가수로서 무대에 선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옛 가수들이 방송 복귀 무대로 자주 선택하는 KBS‘불후의 명곡’에도 단 세 번 출연한 것이 전부다. 정재욱은 “노래만 잘 나갔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동네 슈퍼 아주머니도 못 알아 보시니 섭섭할 때도 있다”며 웃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음악을 자주 발표하지 못하다 보니 그를 기억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팬들 사이에서 예전엔 안 나오네 어쩌네 하면서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다 뿔뿔이 흩어졌죠. 이젠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마음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어요.”
그래도 ‘어리석은 이별’‘잘가요’‘다음 사람에게는’‘가만히 눈을 감고’ 등 오래된 히트곡을 통해 정재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가끔 어린 팬들이 제 노래를 안다고 할 때 어, 어떻게 알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모두 저의 잠재적인 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쉬는 기간에 그는 해외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많은 밴드 공연을 보러 다녔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래 메탈 밴드 출신이다. 발라드 가수로 유명해진 후에도 이따금 홍대 소공연장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공연을 했지만 굳이 널리 홍보하진 않았다. 발라드 가수로서 공연을 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작은 공연으로 한풀이를 했던 셈이다. “무대를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어요.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늘 무대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열망이 있으니까요. 슈퍼밴드처럼 많은 팬들과 함께 라이브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꿈이에요.” 혹시 메탈을 더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발라드 음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목도 안 좋고요.”
올해로 40세, 사랑을 노래하는 감성도 깊어졌다.“살다 보면 웬만한 노랫말에는 옛 추억이 대입이 돼요. 감정을 싣는 데도 도움이 되죠.” 하지만 이제는 정착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맏이인데, 동생 둘이 다 아기를 낳아서 조카들이 있어요. 조카들을 보면 정말 결혼하고 싶죠.”
정재욱은 ‘눈자욱’을 발판 삼아 본격적인 가요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3~4개월마다 계속해서 음악을 발표할 생각이에요. 열심히 활동하면서 제 영역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진정성 있게 부른다면 저를 잘 모르는 젊은 팬들에게도 제 음악이 통하지 않을까요?”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