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정치적 부담에 입장 보류
美는 "맞교환 지지 안해" 부정적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억류중인 일본인 2명중 한명인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를 살해했다고 25일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IS는 자체 운영하는 아랍어 방송을 통해 “경고를 이행했다. 주어진 시한이 종료돼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를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이어 전날 인터넷에 공개한대로 또 한 명의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가 풀려나는 조건으로 이라크 출신의 테러리스트이자 요르단에 사형수로 수감된 사지다 알 리샤위의 석방을 일본 정부와 가족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IS측이 일본인 인질과 리샤위 맞교환을 제안함에 따라 리샤위를 수감중인 요르단과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리샤위는 2005년 요르단 호텔에서 자폭 테러를 일으킨 혐의로 요르단 정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IS 여성 지하디스트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일본 정부는 IS측이 당초 2억달러라는 거액의 몸값 요구를 포기하고 맞교환으로 요구를 바꾼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요르단과 오랜 기간 우호 관계를 다져왔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취임 전을 포함해 11차례나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일본에 우호적이어서 요르단이 고토의 석방을 위해 힘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요르단으로서는 이 거래가 부담스럽다. 요르단은 IS공습에 참가했다가 생포된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구출 카드로 리샤위와 인질 교환을 물밑에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IS의 요구대로 인질 협상이 진행될 경우 일본인 인질을 위해 사형 선고까지 받은 테러범을 풀어줬다는 비난과 알카사스베 중위를 구할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요르단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도 이런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니스 맥도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IS가 일본인 인질과 테러리스트 맞교환을 제안한 데 대해 “결정은 일본의 몫”이라면서도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도 “맞교환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무자비한 극단주의 세력과 타협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겐지의 지인과 유명 인사들이 ‘나는 겐지다(I AM KENJI)’라는 문구를 쓴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 고토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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