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00석 중 149석 확보
첫 급진좌파 정부… 과반엔 못 미쳐
긴축조치 반대하는 우파 정당 그리스독립당과 연정 합의
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예상대로 승리했다. 시리자가 공언한대로 ‘구제금융 재협상’에 적극 나설 경우, 그리스 경제에 혼란이 오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침체로 힘겨운 유로권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카티메리니 등 현지 언론은 26일 최종 개표 결과 알렉시스 치프라스(40) 대표가 이끄는 시리자가 득표율 36.34%로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가 당수인 신민당(27.81%)을 누르고 1위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자는 전체 의석 300석 중 149석을 얻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의석(151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시리자는 26일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독립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이날 파노스 카메노스 그리스독립당 당수와 만나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급진 좌파 세력들이 연합한 정당 시리자가 다른 좌파 혹은 중도 성향의 정당이 아닌 우파 정당 그리스독립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노선이 같기 때문이다.
그리스 근현대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 치프라스 대표는 이날 오후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방문해 총리 임명장을 받고 “항상 그리스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서했다. 그는 청색 계열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었지만 평소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았으며, 과거 총리들이 그리스정교회식 선서를 했던 것과 달리 세속주의 방식으로 선서하는 파격을 보였다. 선서를 마친 치프라스 신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학살된 희생자를 기리는 묘역을 찾아 헌화한 뒤 시민들의 뺨에다 키스하는 인사까지 나누는 친밀한 행보를 보였다.
앞서 치프라스는 승리 수락연설에서 “그리스는 5년간 치욕과 고통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2010년부터 받은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과 합의한 이행조건을 파기하고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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