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한 적 없다”
BIFF 20주년 맞아 새 비전, 조직쇄신 요구과정에서 생긴 오해
“다이빙벨 상영강행에 따른 보복” 영화계 반발 수그러들 듯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에 대한 영화계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퇴 요구는 영화제의 패러다임과 비전 제시, 조직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기본입장을 영화제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며 사태무마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다이빙벨 상영 강행에 따른 보복조치 주장 및 부산국제영화계 자율성 침해 등 확산되고 있는 영화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부산시는 26일 정경진 행정부시장이 나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을 갖고 “이 위원장 사퇴를 공식 요구한 적이 없으며, 지도점검 이후 영화제 측과의 협의과정이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으로 비친 것은 불필요한 오해”라고 밝혔다.
시는 단지 BIFF 2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영화제 패러다임과 비전 제시, 조직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시의 기본입장을 영화제 측에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 부시장은 “영화제 예산이 매년 121억원, 직원 수도 38명에 달하는 등 규모가 커졌고 시도 매년 영화제에 6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영화제의 역할과 책임이 지대한 만큼 영화제가 영상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영화제과 관련된 문제점의 개선 방안과 20주년을 맞은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조직과 인적쇄신 방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해 왔으며, 시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영화제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정 부시장은 이어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 등 인적쇄신 방안도 영화제 측 스스로 판단할 일로 영화제 측이 시의 취지를 수용하고 스스로 혁신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연말 영화제를 대상으로 한 지도점검과 관련해서도 “시에서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행사이며, 20주년을 맞은 영화제가 커진 규모만큼 투명한 운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19가지 지도점검 지적사항을 포함해 시의 요청에 대해 영화제 측이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부산시 정경진 부시장과 김광회 문화관광국장은 지난 23일 낮 이용관 위원장과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부산역 근처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지난해 12월 BIFF에 대한 지도점검 결과 인사 운영과 예산, 프로그램, 조직관리 등에서 규정과 다른 운영 사례가 다수 지적됐다는 사실을 이 위원장에게 알렸다. 또 올해 20회를 맞는 BIFF의 새로운 정체성과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며 정 부시장이 “현재 BIFF의 시스템으로 이런 문제를 스스로 개선할 수 있겠느냐.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 측은 “서병수 시장의 뜻이냐, 내가 스스로 물러나라는 말이냐”고 확인했고, 정 부시장은 “그렇다”고 답해 곧바로 영화의전당으로 돌아가 영화계 내부와 BIFF 관계자들에게 시의 사퇴 요구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영화단체는 26일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내는 등 영화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영화계는 이번 사퇴종용 조치가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 취소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요청했으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상영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는 입장이다.
영화계는 “우리는 이번 이용관 위원장 사퇴 권고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으며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정 영화를 틀거나 틀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고 프로그래머들의 작품 선정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제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이 위원장이 사퇴를 종용 당한 것은 보복 조치로 단순히 이용관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19년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배기자 kimcb@hk.co.kr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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