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놀이터에 누군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은 눈사람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나뭇가지와 돌멩이 같은 것을 주워 와서는 눈사람에 꽂았다. 눈사람에 얼굴과 팔다리가 새로 생겼다. 아이들이 시무룩한 표정의 눈사람 주위를 뱅뱅 돌았다. 펄쩍펄쩍 뛰다 넘어지기도 하였다. 너무 춥다고 얼른 집에 들어가자고 재촉하는 건 엄마의 몫이다. 눈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는 아이들을 잡아당겨 겨우 끌고 들어왔다.
다음 날 눈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눈사람 어디 갔지? 눈사람 집은 어디지? 했다. 문득 이별과 죽음 같은 것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큰애는 친할아버지가 오랜 전 돌아가신 것에 대해 알고 있고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아빠는 안 아프고 영원히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일곱 살이 되면 어렴풋이 병과 죽음에 대해 알게 되는 모양이다. 네 살에게는 아직 어렵다. 아이들이 커서 연인과 헤어지게 되고 마음이 아파 운다면 내 가슴도 찢어질 것 같다. 내가 죽어 아이들이 우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누워만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연습과 훈련으로 잘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어쩌지 못하는 슬픔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사라진 눈사람은, 눈사람의 표정은 정말 어디로 간 것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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