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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 시리자 집권한 그리스 당면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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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 시리자 집권한 그리스 당면 과제는?

입력
2015.01.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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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한 가운데, 도쿄의 한 외환거래소 직원이 26일 환율 현황판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시리자의 승리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유로화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엔·달러 환율 역시 하락했다. 도쿄=AP 연합뉴스
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한 가운데, 도쿄의 한 외환거래소 직원이 26일 환율 현황판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시리자의 승리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유로화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엔·달러 환율 역시 하락했다. 도쿄=AP 연합뉴스

25일 실시된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40) 대표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득표율 36.4%로 승리해 그리스 현대정치사에서 처음으로 급진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당초 3~6%포인트 차이로 시리자가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달리 집권 여당이었던 2위 신민당(27.8%)과 득표율 차는 8%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2012년 집권한 신민당이 구제금융 이행 조건인 긴축재정 등 각종 개혁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한 데 따른 피로감의 표출로 보인다. 그리스는 2008년 이후 내리 6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면서 27%에 달하는 실업률로 전국민이 고통 받고 있다.

그리스는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점유하는 서비스 기반 경제이다. 제조업은 미미하고 농업, 해운, 관광산업이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를 즈음해 그리스는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다가 2010년 5월부터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400억유로(289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의 도움을 받아 파산을 면한 상태이다.

공공부채가 아킬레스건 된다

그리스는 6년 간의 마이너스 성장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해 0.6%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총선에서 진 신민당이 추진해 온 공공부문 개혁, 외국인투자유치, 수출진흥, 관광산업육성 등의 개혁 정책이 뒤늦게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관광객 유치는 2,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초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내핍으로 수년 간 억제돼 왔던 국내 소비가 살아나는 것과 맞물리면서 경기회복을 견인한 것이다.

지표상으로도 그리스 경제는 바닥을 치고 점차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올해 경제성장은 EU 평균치인 1.5%보다 훨씬 높은 2.3%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그리스는 그 동안 등한시한 대외경제 협력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급자족을 벗어나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대외협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수출진흥을 통해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결과 2008년 648억달러에 달하던 무역적자가 2014년에는 216억달러 규모로 줄여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경제 회복 조짐에도 그리스의 경제상황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어렵다. 구조조정을 위한 정리해고와 긴축재정정책, 중소상공인 도산 등의 여파로 2008년 7.7%에 달했던 실업률은 2014년 26.6%로 급상승한 상태이다. 특히 현재 청년실업률은 60%에 육박해 일자리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GDP의 174%에 달하는 막대한 공공부채는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수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는 174.5%로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했던 2008년(112.9%)보다 60% 이상 늘어났다. GDP 대비 재정적자도 2009년 15.7%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3.5%로 많이 낮췄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편입된 대가로 물가가 안정돼 있고,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아 낙제점에 가까운 경제지표와 달리 사회적 혼란은 크게 초래되지 않고 있다. 대신 경제력을 감안한 환율정책 수행이 불가능해 대외경쟁력이 자율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경기 침체를 벗어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 이탈 가능성은 별로 없어

시리자의 경제정책 공약은 긴축정책을 중단하고, EU측과 협상을 통해 외채상환을 연기해서 재정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후 재정을 통해 돈을 풀어서 내수를 진작시키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본격 성장국면으로 진입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시리자 집권으로 신민당의 사마라스 총리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의 상당 부분은 중단 내지 후퇴를 하게 된다. 특히 국영자산 매각과 민영화 작업이 재점검 단계를 밟게 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임된 사람들의 원 직장 복귀, 삭감된 임금과 연금 인상 등이 추진된다.

시리자의 승리는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약화시키고, 관망세로 돌아서게 함으로써 경제회복세를 다소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프로젝트들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의사 결정권자가 바뀌거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프로젝트 추진도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시리자는 중도성향의 정당들과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고, 실행 수단인 예산 확보가 마땅치 않아 그 동안 발표해온 공약들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를 둘러싼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발생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이 상이한 국가들을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어 놓은 데서 오는 피해, 즉 환율과 금융정책을 통해서 경제성장과 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수단을 상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유로존 이탈이 가져올 수 있는 국가부도 사태와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 국민의 75%가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치프라스 당수도 총선 기간 그렉시트를 여당의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며 “그렉시트는 시리자의 선택지에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의 정치경제통합 흐름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어 독일이나 EU도 원하지 않고 있다. 또 유로존 이탈에 관한 명확한 절차 규정조항이 없어 설령 시리자가 그렉시트로 정책 방향을 바꾸어도 현실화까지 난관이 수두룩하다.

앞으로 과제…EU와 채무조정

그리스는 유로존의 아킬레스건이다. 1999년 유럽연합 11개국으로 출범한 유로존에 그리스는 2001년 합류했다. 이후 유로존은 지속적으로 확장을 거듭해 올해 리투아니아가 19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유로존의 확장 이면에는 국가별 경제력 차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유로존 내에서 위험요인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으로 제조업 기반이 사실상 와해됐다. 물가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농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입었고, 관광산업도 직격탄을 맞았었다. 특히 유로존에 잔류하는 한 역내에 독일이라는 제조업이 강한 경제대국이 있어 소비시장으로 전락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 육성과 경제체질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반면 그리스 경제규모는 EU의 2%에 불과해 그렉시트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유럽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리스에서의 좌파정부 등장과 개혁정책 후퇴는 유로화 약세를 촉진하고 EU 경기침체를 장기화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좌파정부는 그리스 채무 일부 탕감 등 채무 조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 그리스가 현재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EU측으로서는 채무조정 협상에 응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그리스가 67억유로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상환해야 하는 6, 7월쯤에는 어떤 형태로든 합의점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데 협상 결과 내용이 향후 그리스 경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우려는 긴축정책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피로감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지원을 해 줘야 하는 유로존 국가 국민들의 불만감이 점차 팽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 여론이 비등해지면 그에 맞는 정당이 득세를 하게 되고 이는 유럽전체의 통합 과정에 암운을 드리우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정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개인주의와 ‘오늘을 즐겁게 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상태에서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의 인내와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는 ‘민족과 먼 미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해법은 알아도 누구든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강력한 리더십 하에 비대한 공공부문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이 없는 한 그리스는 큰 발전이나 후퇴 없이 현재의 사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원 코트라 아테네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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