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환경미화원 지하 쉼터 두 배 넓은 2층으로 옮겨 '햇빛'
고위직 유연근무제도 독려, 정 장관 "전 부처로 확산되길"
“형님, 이리 와 (수면)의자에 좀 앉아봐요. 무지 편해요.” “됐어. 난 뜨끈한 방바닥이 더 좋아.”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의 2층 209호에는 휴식시간을 맞은 45명의 여성 환경미화원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바로 옆방 15명의 남성 환경미화원들이 휴식을 취하던 쉼터에서는 장기판을 둘러싼 사람들 틈으로 “장이야!”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사 환경미화원들이 볕 좋은 2층으로 이사온 건 지난 5일이다. 원래 있던 지하1층의 쉼터는 햇빛이 들지 않아 눅눅하고 기계소음이 심해 잠시 눈 붙이기도 쉽지 않았다. 환경미화원 이인자씨는 “쉼터가 2배 이상 넓어졌다”며 “환경이 쾌적해져 나오던 기침도 줄었다”고 했다. 이진우 청사 방호팀장은 “서울청사는 공간이 좁아 세종ㆍ과천청사 부처들의 서울사무소도 못 만들 정도로 자리쟁탈전이 심한 곳인데, 이곳의 지상 공간에 미화원 쉼터가 조성된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훈훈한 사건이 또 하나 있다. 행정자치부는 16일 청사관리 등을 책임지는 ‘방호원’의 대외직명을 ‘방호관’으로 바꾸는 예규를 정했다. 엄연한 기능직공무원인데도 소방관, 경찰관처럼 공직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관(官)’을 쓰지 못했던 방호원들의 자존감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300여명의 행자부 소속 방호원들은 자신의 명함 등에 방호관 명칭을 공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30년간 한 번도 5급 이상 직원이 배출된 적 없는 이들의 승진문제도 개선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작은 것부터 바꿔보자’는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정 장관은 지난달 말 불쑥 환경미화원 지하쉼터를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쉼터 이전을 지시했다. 쉼터 공간은 청사 2층 모든 사무실이 조금씩 공간을 양보해 마련됐다. 먼저 소외됐던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공직사회 활력 불어넣기 방안으로 따뜻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매주 수ㆍ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야근을 금지했고, 그 동안 검정색 일변도였던 행자부 다이어리 표지의 색깔도 젊은 직원들이 호감을 갖도록 오렌지색과 분홍, 파랑색 등 다양하게 바꿨다.
정 장관의 공직사회 변화를 위한 실험에 고위직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 장관은 최근 소속 국장급 직원 17명에게 일제히 26~30일 사무실을 비우라 통보했다. 명목상에만 있던 유연근무제인 재량근무를 일주일간 한꺼번에 강제한 것이다. 사무실을 벗어난 국장들이 등산과 독서 등 휴식을 취하거나 현장을 둘러보면 업무효율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장관의 생각이다.
정 장관은 행자부의 이런 변화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전 부처로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 장관은 “공직사회가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대접받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으로 변한다면 국가경쟁력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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