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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PP, 신중한 접근 필요

입력
2015.01.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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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핵심 축(Linchpin) 역할을 하기 위한 핵심전략”이라며, 타결 후 협정에 가입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해외시장접근기회 확보경쟁에서 상대적으로 후발국가라는 인식하에 거대 선진시장과의 FTA체결을 장기 목표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FTA타결 등 FTA를 통해 확보한 경제영토가 전 세계시장의 73.2%에 달해 칠레, 페루에 이어 3위 FTA 모범국이 됐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FTA체결건수, 경제영토면적과 같은 외형적인 면에 매달리기 보다는 FTA를 통한 경제적 실익을 높일 수 있는 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TPP는 가입 후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우리의 경제 실익을 극대화 하도록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TPP 회원국은 미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12개국이다.

그러나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국가는 이미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해 국내기업의 특혜관세 수출이 보장된 시장이며, 일본은 우리 주요수출품에 부과되는 평균실행관세율이 1% 미만으로 이미 자유무역에 가깝다. TPP를 통해 추가적으로 특혜적 시장접근기회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셈이다.

TPP가입을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단기적인 효과는 우리나라가 일본 수입품에 부과하던 평균 7.8% 수준의 수입관세를 철폐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시장확보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시장접근기회 확보차원에서 본다면 TPP의 효과는 한일FTA 체결효과와 유사하다. 한일FTA의 효과는 과거 수 차례 분석에서 밝혀졌듯이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관세철폐협정에 가까운 만큼 한국이 일본에 비해 열위에 있는 첨단소재산업 및 고부가가치 부품산업의 퇴출위험이 커지면서 기술집약적 산업의 대일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FTA는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고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TPP협상에서도 일본의 농산물시장개방 가능성은 매우 낮은 만큼 TPP를 통한 실질적인 시장접근기회 확보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한, TPP와 같은 다자간 FTA가 발효될 경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FTA허브국가로서의 전략적 우위효과만 소멸되게 된다.

물론 TPP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12개 TPP 회원국 중 현재 우리가 양자 FTA를 체결한 10개국에 대한 수출 시 특혜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원산지증명 절차가 TPP 회원국간의 누적원산지규정으로 대체된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이 원산지를 증명해야 하는 행정 부담이 감소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역구조를 감안할 때 누적원산지 규정 적용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경제적 실익에 대한 고려와 함께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항하여, TPP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제라는 시각으로 해석하여 한미협력체제 유지 및 강화라는 측면에서 TPP가입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같이 TPP가 미국주도의 전략적 지역협력체제로 해석되고, 접근이 이루어질 경우 실질적인 관세철폐조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다른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협력체제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경제적 실익 및 국제정치적 협력효과를 확대하는 데에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미 체결된 한중FTA 결과, 중국기업에 대한 확연한 기술적 비교우위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혁신 및 산업구조조정이 국내기업 생존의 기본요건이 됐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들의 대중국 경쟁력 확보전략은 여전히 모호하다. FTA는 우리기업의 고부가가치산업에서 비교우위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구조조정정책으로서 추진돼야 하며 TPP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산업전반의 부가가치구조 개선 및 비교우위구조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이 먼저 마련되고 그 수단으로서 FTA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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