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정부지원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 ‘눈길’
2004년 첫‘병원학교’ 오픈…전국서 벤치마킹
아동학대 문제로 전국이 시끄러운 요즘, 어린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2003년 문을 연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부산지회는 아무런 정부지원 없이 오직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워낙 많이 생겨난 복지, 구호단체들의 모금 활동으로 이마저 쉽지 않은 실정. 이런 가운데서도 12년간 백혈병, 소아암 환아들을 묵묵히 지원해온 정회대(52ㆍ사진) 부산지회 사무국장을 만나 협회 운영 전반을 들어봤다.
-협회 활동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백혈병과 소아암에 걸린 환아의 치료비와 수술비, 치료보조비 등을 지급하고 교육이나 사회적응프로그램 등 지원사업들도 진행하고 있다. 백혈병 소아암 환아의 경우 0세부터 18세까지 치료비가 지원 됐었는데 3년 전부터 24세까지 확대 지원하고 있다. 매년 120여명의 백혈병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발병에서 완치까지 3~5년의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고 처방약이 대부분 ‘비급여’로 처리돼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환아를 둔 가정마다 큰 문제다. 이에 따른 부모의 실업, 가족간 갈등으로 이혼이 생기는 등의 가정 붕괴 현상을 막고자 협회가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우리 협회를 잘 모르다 보니 종종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 부산지회는 시민적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후원기업 및 단체 또는 개인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고 홍보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5가지다. 먼저 사랑의 보금자리를 2곳 운영하고 있다. 치료가 장기간 입원으로 진행되다 보니 가족들은 비좁은 병실에서 쪽잠을 자며 간호를 하게 된다. 이런 분들을 위해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환아 가족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빨래와 조리 등도 가능하며, 다른 환아 가족들로부터 정보교환의 장소로도 이용된다. 두 번째는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 3월 전국 최초로 부산대병원 내에 공간을 만들어 시행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다. 시교육청이 출석을 인정해줘 평소 다니던 학교를 유급 당하는 일도 없어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규 선생님이 방문해 교육이 이뤄지는데 평소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며 활력을 되찾아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해운대백병원에서도 병원학교를 열 예정이다. 부산이 전국 최초이다 보니 이를 벤치마킹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32곳의 병원학교가 있다. 세 번째는 삼성화재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완치기원 나들이 행사다. 부산ㆍ경남지역 소아암 환아 및 가족 300여명이 참가한다. 가족단위 1박2일 여름캠프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가족단위 행사를 통해 가족간 결집력을 높이고 서로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네 번째는 9월 걷기대회 행사다. 벌써 7회째를 맞고 있다. 이 행사는 소아암 환아와 후원자, 봉사자,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사로 백혈병 및 소아암에 대한 인식개선과 홍보활동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응 프로그램 지원이다. 장기간 치료를 하다 보니 환아들의 사회적응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네일아트나 바리스타, 제빵학원 등을 다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헌혈증 및 혈소판 지원, 매달 두 가족을 뽑아 가족 사진을 촬영해주는 등의 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완치에 좀 더 힘을 쏟을 예정이다. 완치라는 것이 의료 기술의 발전, 훌륭한 의료진, 조기 발견 등의 요인이 있겠지만 백혈병 소아암 전문 단체들의 과감한 지원이 완치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기회는 문을 두드려야 온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가까운 친지나 친구 또는 단체들이 있다. 여기에 문의를 하면 얼마든 든든한 후원자를 찾을 수 있다. 우리 단체는 그 연결고리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한 생명을 살리려고 온 정열을 쏟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다. 우리 협회가 버텨나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더불어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서 우리 사회의 큰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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