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위해 노력
티볼리 출시와 함께 용퇴 결심
인수→모기업해체→워크아웃→인수→법정관리→인수. 불과 15년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사이 구조조정과정에서 혹독한 시련도 겪었고, 그 시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을 통틀어 쌍용자동차만큼 곡절 많은 기업이 또 있을까도 싶다.
쌍용자동차는 길고 험했던 긴 터널을 벗어나 이제 재기의 시동을 걸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SUV)의 명가 부활' 특명을 띠고 42개월 동안 무려 3,500억원을 투입해 만든 '티볼리'가 회생의 최전선을 맡고 있다. 13일 첫 출시 이후 5,000대가 계약됐을 만큼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쌍용차 부활의 중심에 이유일(72) 쌍용차 사장이 있다. 현대자동차 북미법인 사장 등을 역임하며 30년간 현대맨으로 활약해 온 그는 2009년 2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관리인으로 임명됐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는 그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법정관리 때부터 6년 동안 쌍용차를 이끌었던 이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영광보다는 좌절과 시련의 시간이 더 많았던 그를 티볼리 발표회 현장과 시승 행사장 등에서 지난 6년간의 소회에 대해 들어 봤다.
-지난 6년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망해 가는 자동차 회사를 살린다는 열정 하나로 쌍용차에 왔다. 현대ㆍ기아차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으로 차를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쌍용차다. 어려운 과정을 겪어 왔지만 앞으로 더 강한 회사가 돼야 한다. 돈을 구하기 위해 은행에 사정사정했던 일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인력구조조정 문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해고자 복직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추가 복직을 시키려면 일감이 있어야 한다. 평택공장의 생산규모는 25만대인데 현재 1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환율추락과 주요 시장인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시장의 침체로 30시간을 계획생산 정지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사람을 받는다는 것은 현재 직원 4,500명과 협력업체 10만명의 고용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조치다. 다만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2009년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을 먼저 복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단언할 수는 없다. 올해 하반기가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차 티볼리의 성과를 먼저 봐야 그 시점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신차 출시 없이 상품성 개선모델만으로 5년 연속 판매 성장세를 달성한 것은 큰 성과인데.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인수한 이후 지난 4년간 생존과 부활을 위한 전 임직원의 강한 의지, 그리고 협력적 노사관계구축을 통해 5년간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노사관계의 대전환을 통해 재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아울러 코란도 C와 코란도 스포츠를 시장의 추세와 고객의 니즈를 적용해 성공적으로 출시함으로써 국내 SUV의 명가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값진 성과였다.”
-언제쯤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지속적인 흑자전환을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해 통상임금 확대 판결이 나면서 인건비 추가부담액이 500억원 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2013년이나 2014년 흑자 전환이 가능했을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2, 3년 이내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티볼리 출시와 함께 용퇴를 결심한 이유는
“티볼리는 쌍용차가 마힌드라에 인수된 뒤 처음 선보인 신차이다. 티볼리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된 이 시점이야말로 대표라는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기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다. 쌍용차로서는 이제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는 중대한 시기다. 좀 더 젊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물이 와서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어 용퇴를 결심했다.”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이 사장에 대해 강한 믿음을 보였는데.
“일흔이 넘은 나이에 5,000명 넘는 회사를 이끄는 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상당하다. 이미 2013년 연임할 때부터 마힌드라 회장에게 2015년에 대표이사직에서 반드시 물러날 것임을 누차 이야기했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마힌드라 회장도 이에 수긍했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쌍용차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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