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상황·쇄빙선 아라온호 위치 등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안전 관리
통신 오류 보완 후 내달 본격 가동
2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극지연구소 2층 극지종합상황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현재 위치가 표시된 위성지도와 우리나라 남·북극 과학기지들의 외부를 실시간으로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에 띄어져 있었다. CCTV 영상 아래 파란 화면에는 기지에 머물고 있는 연구원 수와 상태, 수시로 변하는 현지 온도와 풍속, 습도 등 기상상황이 숫자로 표시되고 있었다.
CCTV 영상 속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현지시간이 23일 오전 6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밤처럼 어둡기만 했다. 겨울에 해가 뜨지 않고 밤이 계속되는 흑야 현상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1만7,240㎞ 떨어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는 초속 12.8m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있었고 2013년 2월 준공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주변 바다는 얼음이 많이 녹아있는 모습이었다.
극지종합상황실은 남극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 북극 다산기지,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연구지원활동을 펼치는 아라온호의 안전사고 예방과 관리, 비상 대응 등을 하는 국내 컨트롤타워로 20일 문을 열었다.
이주한 극지연구소 기술안전지원팀장(선임연구원)은 “장보고기지가 운영되는 등 우리 극지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연구원들이 운석과 빙하, 지질 조사를 위해 기지 수백㎞ 밖까지 나가기도 한다”며 “예전보다 사고 위험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국내에서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실 설치가 추진됐다”고 말했다.
극지종합상황실은 남·북극 기지와 아라온호의 외부 CCTV 영상, 기상상황뿐만 아니라 아라온호와 헬기의 움직임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자료들은 현장의 안전 여부를 추정하는데 쓰인다. 기지 밖으로 수십㎞ 이상을 이동하는 연구원들의 위치 추적이 가능하며 외부 연구활동 중 30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통보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원격화상회의, 다자간 통화가 가능해 비상상황 시에는 현장과의 화상 연결을 통한 위기 대응, 국제적 지원 요청 등 비상상황실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 남·북극 기지를 운영하는 국가 중에 기지들을 통합해 관리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 운영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극지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달 말까지 종합상황실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각종 오류를 보완한 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아라온호가 특정 지역에서 통신을 못하는 문제점 등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 팀장은 “아라온호의 경우 정지 위성을 통해 통신을 하기 때문에 다른 기지들과 달리 특정 지역에서 통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상시 위치 추적 등이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사용하는 위성을 교체해 4월부터는 가능해질 것”이라며 “연구원들이 원거리가 아닌 기지 주변 5㎞ 안에서 사고를 당할 경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가 아직까지 없었지만 연말까지는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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