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마감시한 지나도 연락 없자 장관, 심야 관저 떠났다 갈팡질팡
언론도 진위 파악에 혼선 빚어 인질 가족 "아무런 말이…" 침통
이슬람국가(IS) 추정 세력에 납치된 일본인 인질 중 1명이 살해된 사진이 24일 밤 공개되면서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당초 몸값협상 마감 시간으로 알려진 23일 오후 2시50분이 지나도 IS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IS와 물밑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안도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날아온 인질 살해 소식에 일말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변했다.
특히 아베 정부는 인질 협상을 둘러싸고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정보 및 협상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 국민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4일 저녁 요르단 압둘라 국왕과 전화로 협의, 인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주요 간부들도 관저에 남아 정보 수집에 임했다. 스가 장관 등은 이날 오후 11시를 넘기자 특별한 사안이 없다고 판단, 관저를 떠났으나 직후 사진과 음성메시지가 인터넷에 게재, 급거 관저로 모였다. IS세력이 일본 정부 관계자의 움직임을 간파, 취약 시간에 인질 살해 메시지를 올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대응에 나선 일본 정부는 갈팡질팡했다. 평소 차분하기로 이름난 스가 장관조차 25일 자정을 넘어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살해된 인질의 이름을 하루나 유타카로 잘못 말했다가 다른 직원이 알려줘 유카와 하루나로 정정하기도 했다. 평소의 평온한 모습과는 달리 굳은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일관했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아베 총리도 자정을 갓 넘긴 시간에 관저에서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언어도단” “용납하기 어려운 폭거”라는 표현을 쓰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IS측이 고토의 석방 조건으로 내건 여성 테러리스트 사지다 알 리샤위를 수감중인 요르단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족장과 종교 지도자 등을 통한 인질 석방 교섭은 대화 창구를 특정하기 조차 쉽지 않아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심야에 전해진 인질 살해 소식에 일본 언론들은 진위파악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NHK, 교도통신 등 주요 언론은 메시지 공개 직후 긴급뉴스로 소식을 전하면서도 사진 속 인물을 유카와로 단정짓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유카와일)신빙성이 높다”며 유카와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했다.
인질 가족과 지인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살해된 유카와의 아버지 쇼이치는 자정 무렵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유카와가 살해된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머리 속이 하얘졌다. 침통한 기분으로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NHK에 심경을 전했다. 그는 고토가 인질로 잡힌 데 대해 “내 아들을 걱정해 목숨을 걸고 현지에 들어갔다”며 “미안하고 괴롭다”고 말했다. 고토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는 TV에 공개된 아들의 사진을 보며 “수척해졌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현실의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빨리 겐지가 돌아오기만을 믿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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