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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의 지나친 형식론적 법 해석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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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의 지나친 형식론적 법 해석을 경계한다

입력
2015.01.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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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수사기관에 불법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문인간첩단’ 사건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문ㆍ가혹행위 피해자라도 민주화 운동 보상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면 따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설가 이호철씨 등 피해자 7명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730만~1,30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받았으나 문인간첩단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판결의 근거로‘보상금 등의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민주화보상법 18조2항을 들었다. ‘재판상 화해’의 강한 구속력에 비추어 그 내용의 변경을 가져올 추가적 손해배상의 여지는 있을 수 없다는 지극히 형식론적 법률 해석이다. 이는 상당수 법률 전문가들이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인한 배상과 호의적 차원의 보상은 구별해야 한다고 보는 것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대법관 5명도 “유사한 과거사 사건에서 다액의 위자료를 인정해 온 대법원 판결과는 달리,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 만으로 배상청구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공평과 정의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이 민주화 운동 피해에 대한 명예회복 외에 국가가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더욱이 대법원이 근거로 제시한 민주화보상법 18조2항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심리 중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비슷한 쟁점의 사건에서 “보상과 배상은 엄격히 구분되는 개념인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법원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었는데도 서둘러 이 조항을 근거로 최종 판결을 한 것부터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헌재와 최고 사법기관의 위상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여 온 대법원이 최종 법률 해석권을 근거로 헌재 의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긴급조치가 위헌ㆍ무효라고 해도 당시 이뤄진 수사나 재판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의 과거사 관련 판결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의 하나다. 사법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대법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식지 않으려면, 보다 탄력적이고 현실정합적 법률 해석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대법원이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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