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안팎 초대, 벌써 370명 챙겨… "진수성찬 아니지만 정성만은 가득"

“오늘, 생신이신 것 모르셨죠?” “혼자 사는 형편에 생일은 무슨…. 나도 잊고 산 내 생일 챙겨줘서 고마워요”
지난 23일 낮 12시 경기 동두천시 생연동 풍년생고기 식당에서는 조촐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 식당 주인 노진옥(54)씨가 인근에 홀로 거주하는 노인 10명을 초청, 정성스레 만든 음식으로 생일 상을 차린 것이다. 이것저것 마련한 고깃국과 반찬에 생일 케이크까지 올렸다. 음식 비용은 노씨가 자원봉사로 준비했고, 케이크는 통장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와 동 체육회 등 11개 단체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했다.
노씨의 ‘깜짝 생일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37번째를 맞는데, 해당 달에 생일이 있는 어르신 10명 안팎을 초대해 식사를 챙겨주고 있는 것이다. 벌써 370여명의 노인이 식사 대접을 받았다. 매월 넷째 주 금요일 낮 12시 어김없이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노 대표는 동두천시에서 ‘착한 식당’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노씨는 “매년 이맘때 쯤이면 외롭게 사는 노인들이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 시기”라며 “이분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자는 취지에서 생신상 차려주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남편 박강식(54)씨의 도움도 컸다. 박씨는 생연1동 바르게살기협의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오면서 깜짝 생일상을 차리는데 물심양면 돕고 있다. 노씨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생일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라며 “상다리가 휘어질만한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정성 만큼은 상 가득 넘치게 올려 놓는다”며 웃었다.
동두천=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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