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공개된 일본인 인질 메시지대로라면 아직 살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토 겐지(後藤健二ㆍ47)는 분쟁지역 어린이들의 실태를 현지에서 영상으로 전하는 일을 사명감을 갖고 해온 인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TV 외주제작사 근무를 거쳐 1996년 영상통신사 ‘인디펜던트 프레스’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세계 각지의 전쟁터와 분쟁지역을 취재해 NHK를 비롯한 일본 방송사들에 제공해왔다. 2006년에는 분쟁지역 어린이 이야기를 담은 ‘다이아몬드보다 평화를 원한다’는 책으로 한 일본 언론사가 제정한 아동출판상도 받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센다이 출신인 그는 지진 직후 이시마키, 기센누마시에서 일본유니세프의 기록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분쟁지역에서 보고 겪은 어린이들의 생활을 일본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수업용 영상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학교의 요청을 받고 직접 강연도 했다. 일본유니세프 관계자는 “개도국이나 분쟁지역에서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소년병으로 내몰리는 어린이들을 열심히 기록해 알려왔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고토가 최근 관심을 두고 계속 오갔던 곳이 4년 내전으로 20만명 이상이 숨진 시리아였다. 고토보다 먼저 인질로 붙잡혔다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민간군사회사 대표 유카와 하루나(42)를 만난 것도 시리아였다. 유카와를 구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다시 시리아로 떠난 것은 지난해 10월 하순.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2주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시리아에서 고토의 소식이 끊기기 한 달 전 그를 만나 시리아 어린이들의 실상을 담은 어린이책 집필을 청탁한 한 아동출판사 편집자는 “이슬람 문화를 이해시키려는 작업을 계속해온 그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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