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땐 약물로 자궁 보존술 가능
3~6개월 치료 후 암세포 사라지면
자궁 적출ㆍ난소 제거 안해도 돼
심장독성ㆍ탈모 등 부작용 줄인
표적치료제 등 난소암 신약들
효과 좋아 환자들에게 희소식
# 허모(34)씨는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임전문병원에서 임신을 시도하다 자궁내막암을 진단 받았다. 자궁적출술을 받기 위해 내원한 대학병원 교수는 ‘임신의 희망을 버리지 말자’며 자궁 보존을 위한 보존적 치료를 권했다. 약물 치료 6개월 뒤 꿈이 현실이 됐다. 자궁내막 검사상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아, 석달 뒤 불임병원에서 시험관아기를 세 번째 시술 받은 뒤 건강한 쌍둥이 아들을 얻었다.
# 이모(35)씨는 2012년 1월 자궁내막암이 재발, 9개월 간의 보존적 치료 끝에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 초 암은 또 재발했다. 이씨는 별거하던 남편과 재결합한 상황이라 자궁보존을 원했다. 2013년 초 보존적 치료를 다시 시작했고, 검사상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불임전문병원에서 임신을 재시도, 2개월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요즘 산부인과에서 산전검사를 받고 있는 이씨는 오는 5월 출산 예정이다.
자궁내막암의 치료 원칙은 ‘자궁적출 및 양측 난소제거’이다. 암을 물리치더라도 더 이상 임신은 못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난소를 보존함으로써 2세 출산을 가능토록 하는 이른바 ‘가임녀 보존술’이 하나 둘씩 시도되고 있어 난임 부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자궁내막암 초기에 고용량 프로제스테론 제제를 이용하는 약물치료(호르몬치료)가 대표적이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CT) 등 검사상 자궁내막에만 국한된 초기 자궁내막암으로 세포 분화도가 좋은 경우에 시도한다.
강순범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여성부인종양센터장)는 이 치료법에 대해 “보통 고용량 프로제스테론을 매일 복용하면서, 합성프로제스테론이 분비되는 자궁내삽입장치(IUD)를 함께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고 했다. 약물치료 기간은 3~6개월. 보통 6개월 정도 치료하면 암세포가 없어진다. 치료 중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치료 효과를 추적해야 한다. 만일 충분한 기간 동안 호르몬 치료를 했는데도 암세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한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강 교수는 “가임기 여성이 내막암에 걸려 오는 경우가 1년에 50~60건에 이르는데, 보존술을 통해 출산이나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않다”며 “암이라 해서 지레 치료를 포기하고 말고, 다양한 치료법을 찾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은 국내 여성생식기암의 약 16%를 차지하며,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최근 국내 발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비만, 당뇨, 늦은 폐경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출산 횟수가 적은 여성에서 발생이 더 잦다.
예전 한국여성에서 가장 빈발하던 자궁경부암은 검진이 도입된 이후 크게 줄면서 유방암보다도 발생률이 낮아졌다. 반면 자궁내막암과 더불어 난소암도 발생이 증가 추세다. 난소암은 임신과 출산을 많이 한 경우,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경우, 수유를 한 경우에 30~60% 발생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반대로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출산경험이 없거나 첫 출산 연령이 35세 이상으로 높을 경우에는 발생 위험률이 올라간다.
최근 난소암 분야에서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인 표적치료제와 항암 신약이 잇따라 나와 암환자들의 아픔을 덜어 주고 있다고 강 교수는 밝혔다.
표적치료제인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은 최근 진행성 난소암 1차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혈관내피 성장인자를 억제, 종양 괴사를 유도한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 따르면, 항암화학요법과 아바스틴을 병용한 치료를 비교한 결과, 암 재발기간이 아바스틴을 함께 투여한 경우(14.7개월)가 항암화학요법 단독 투여시(10.6개월)보다 현저하게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의 심장독성과 탈모 등 부작용을 줄인 신약도 나왔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성ㆍ재발성 난소암 치료제로 사용 허가된 리포조말 독소루비신(상품명 ‘케릭스’)이 그것. 기존 독소루비신 항암제를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란 수용성 고분자 화합물로 코팅한 개량신약으로, 캡슐화된 상태로 종양세포에 전달됨과 동시에 독소루비신의 종양 내 체류시간을 연장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심장독성 등 부작용 발생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자궁내막암ㆍ난소암과 더불어, 더러 자궁에서 생겨나는 양성종양도 가임기 여성에서 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 자궁근종과 자궁 내막폴립, 자궁 내막염증, 자궁내 유착 및 자궁 기형 등이 이런 경우다.
자궁근종은 크기가 너무 크지 않고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반드시 치료할 필요는 없다. 강 교수는 “다만 급속히 크기가 자라거나, 그래서 주변 장기(방광, 직장)을 압박하거나, 월경시 출혈량이 많거나, 월경통이 심하거나, 근종이 불임이 원인이 되거나 하는 경우에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적 방법으로 자궁을 보존하고자 할 때에는 자궁근종 절제술을 시행한다. 절제술은 접근 방법에 따라 개복, 복강경, 자궁경 등으로 나뉜다. 자궁근종의 위치나 크기, 개수, 환자의 과거 수술 기왕력 등에 따라 절제 방법이 달라진다.
복강경 근종절제술은 근종이 자궁 바깥쪽으로 노출된 장막하 근종, 혹은 밖으로 튀어나온 근층내 근종인 경우가 대상이다. 배꼽에 1cm, 하복부에 0.5cm가량 2~3개의 구멍을 뚫어 카메라를 넣은 뒤 자궁근종을 제거한다. 강 교수는 “자궁근종이 아주 크거나 접근이 어려운 위치인 경우에는 치골 상방에 미니절개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융합수술기법을 이용한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