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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길 위의 이야기] 작고 투명한 주머니

입력
2015.01.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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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을 따르고 지켜가는 일이 내게는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절차와 형식에 대해서라면 나는 부적응자에 가깝다. 관공서나 은행에 가는 게 무척 싫고 일단 가면 짜증이 난다. 서류와 규정은 감정이 없으나 나란 사람은 감정적으로 폭발한다. 과세나 환급 제도에 무지하여 연말정산이나 소득세 신고 기간이 다가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연금이나 보험제도 역시 복잡하고 머리 아프게 느껴진다. 나의 노후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거의 없다. 나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헤칠 만한 것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 그걸 가려내는 것만도 버겁다. 유가나 증시, 환율이나 이율에도 무관심한 편이라 뭔가 오르고 내릴 때, 그게 우리의 일상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데도 미숙하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귀가 열리고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적대감과 분노가 쌓이기도 한다. 이 사회에서 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다 보면 조금씩 자본주의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건전성과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게 된다. 공공의 선을 모두 함께 지켜간다는 확신이 없어서 불안과 불만이 증폭된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연일 들썩이고 있다. 작고 투명한 주머니는 털리고 크고 불투명한 주머니는 쌓이는 형국이니 여러 사람이 분노하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의 입은 막을 수 없으니 허겁지겁 자세를 바꾸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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