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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눈높이에 딱 맞춰 설계한 병동… 병원이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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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눈높이에 딱 맞춰 설계한 병동… 병원이 확 달라졌다

입력
2015.01.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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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유 희망병동ㆍ외국인 병동 등

환자 동선 고려 불편함 없애고

가구배치ㆍ벽 색상ㆍ조명 등 배려

세계 최고 암병원들 벤치마킹

디자인위원회 1년여 활동 결실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장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장

고려대안암병원(병원장 김영훈)이 ‘환자최우선 디자인’으로 병원의 혁신을 이끌고 있어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모은다. 안암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경험하는 모든 상황과 프로세스를 환자 눈높이로 설계한 ‘암치유 희망병동’과 ‘글로벌HUB 외국인병동’을 최근 문 열었다. 암환자와 호스피스환자, 외국인환자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환자 눈높이로 설계한 암치유 희망병동

암치유 희망병동과 글로벌HUB 외국인병동은 150병상 규모다. 이들 병동은 안암병원이 ‘환자최우선 디자인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 1년여 동안 수십 차례 회의와 시뮬레이션, 해외 유수 암병원에 대한 벤치마킹을 지속한 노력의 결실이다. 병동은 집처럼 푸근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가구배치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동선을 배려했고, 벽과 바닥의 색상, 조명 등 곳곳에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녹아 들어 있다. 병동 내부는 부드러운 곡선과 공간 배치로 시야를 넓히고 개방감을 키워 ‘병원은 답답한 곳’이란 통념을 깼다. 낮 시간 동안 내 집 거실처럼 휴식과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휴게실(Day Room)도 병동마다 마련됐다. 이곳 상담실의 문은 24시간 열려 있다.

암치유 희망병동은 모두 3개의 병동으로 나뉘어 있다. 희망을 갖고 질병과 겨뤄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의 ‘희망겨룸 병동’, 희망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뜻의 ‘희망나눔 병동’, 희망으로 건강을 이어간다는 취지의 ‘희망이음 병동’이 그것이다. 이곳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은 모두 암환자 전문교육과 실무 과정을 거쳤다. 16병상의 호스피스병동도 마련됐다. 국내 대형병원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호스피스병동을 줄여 나가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외국인전용병동은 33병상 규모로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각기 다른 종교에 맞춘 기도실과 식단을 갖추고 있으며, 아랍 환자 가족실이 딸려 있다. 영어 몽골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통역 서비스와 비자 발급신청, 숙소 안내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다. 안암병원은 최근 2년 연속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에 선정됐다.

안암병원의 환자 중심 행보는 ‘환자경험의 날’ 지정으로도 이어졌다. 이 병원의 신규 직원은 본격적인 근무에 앞서 가상환자가 돼 실제 환자들과 똑같은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개선사항을 수집해 병원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하고 있다.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최근의 암치유 희망병동ㆍ글로벌HUB 외국인병동 등 증설에 대해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안암병원 제공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최근의 암치유 희망병동ㆍ글로벌HUB 외국인병동 등 증설에 대해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안암병원 제공

“변화의 시작,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과정“

안암병원의 환자 눈높이 디자인은 이 병원 김영훈 병원장이 취임 직후 내건 환자최우선(patient first) 가치와 맥을 같이한다. 김 병원장은 이번 병동 증설에 대해 “환자 입장에서 서서,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올해 착공되는 신관의 프로토타입(원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병원장은 “그동안 병원들이 환자케어를 제대로 못해 온 것같다”고 했다. 그는 “암환자들은 항암 주사를 맞고 구역질이 나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일반 환자와 섞여 있다 보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그런데도 대학병원들은 대규모 암병원 짓기에만 몰두한 채 암 환자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전용공간조차 마련해 주고 못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김 병원장은 안암병원의 환자최우선 디자인위원회를 세계 최고 수준의 암병원인 미국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클리닉의 레노베이션센터(혁신센터)처럼 상설 기구화 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LA 시더스-사이나이병원의 환자 체험 프로그램 사례도 얘기했다. 이 병원의 전 직원은 안경에다 일부러 스크래치를 하고서, 환자 가운을 입은 채 폴리(소변 줄)가 달린 폴더를 끌고서 병원 곳곳을 다니며 환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체험한 뒤 이를 병원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하고 있다.

“지역을 품고, 민족을 넘어, 세계로 웅비하는 안암병원이 되자.” 김 병원장은 취임 이후 자신이 내건 이 모토를 실천해 오고 있다. 인근 약국의 약사들과의 간담회는 지역 끌어안기 노력의 하나이다. 그는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 와서 진단 받고, 인근 약국에서 약 복용법 등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듣은 뒤, 약 봉투를 들고 약국 문을 나설 때까지, 모두가 안암병원의 진료”라면서 “의사와 약사가 환자에게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등 일관된 조언을 하면서 콜라보레이션(협력)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병원장은 “하버드대학병원이 자리한 보스턴의 시민들은 세계 최고의 의료 인프라 때문에 보스턴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며 지역 품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부정맥 명의’로 널리 알려진 김 병원장은 병원 운영 일로 바쁜 가운데서도 환자 치료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부정맥에 질문이 나오자 그는 “내가 제일 가슴 뜨거워 하는 그거다”라면서 환자 치료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심방세동, 특히 만성심방세동은 아직도 정답이 없다. 발병 5~10년 된 심방세동과 심장변형이 온 증상 등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술 기구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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