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첫 여성 수장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고(故) 압둘라 국왕(90)을 “여성의 강력한 옹호자”라고 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라가르드 총재는 “조심스럽지만, 그는 여성(인권)의 강력한 옹호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마 국가를 위해서였겠지만 (그의 행보는) 점진적이고 적절했다”면서 “그와 이 주제를 수 차례 논의했으며 그는 강한 믿음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의 말대로 실제로 압둘라 국왕은 국내 보수주의 세력의 반대에도 여성을 위한 몇몇 개혁 조치를 단행하긴 했다. 2009년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차관에 임명했고 남녀공학 대학도 처음으로 설립했다. 여성에게 2015년 지방선거부터 참정권을 부여하겠다고 선포했으며 2013년엔 국정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에 처음으로 여성 30명을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사우디 여성이 여전히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 여행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고급교육을 받는 길이 막혀 있으며 구직, 은행계좌 개설, 의사 진료에도 남성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디언은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나라”라며 “지난해 12월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차로 국경을 건너오던 여성 운전자와 동승 여성이 체포됐다”고 꼬집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역시 이날 압둘라 국왕의 재임기간 여성 권익은 미미한 진전만이 있었으며 그 역시 대부분 상징적인 조치였을 뿐 지속적인 제도적 향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 스토크 HRW 중동담당 부국장은 “여전히 여성이 스스로 운전해 일터에 갈 수 없다면 슈라위원회에 여성을 앉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신임 살만 국왕에게 표현의 자유 제한 중단과 성별ㆍ종파 차별 철폐, 공정한 사법제도 육성 등을 촉구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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