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이란계 시아파 ‘후티’ 반군의 무력 압박으로 인한 대통령 퇴진과 내각 사퇴로 예멘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미국이 예멘 내 알카에다 세력에 대한 대테러 작전을 일부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안보당국 관계자들은 친미 성향의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22일 전격 퇴진하면서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습이 일시 중단되는 등 미군의 예멘 내 대테러 작전이 마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는 “미군과 함께 작전을 하던 예멘 당국이 이제는 후티 반군의 통제하에 있다”며 예멘 측이 AQAP에 대한 첩보 수집을 줄이고 있으며 자국 지상군을 동원한 공격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미군은 그간 예멘 남부 알아나드 기지 등을 근거지로 삼고 예멘군의 첩보를 활용해 AQAP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펴왔으며 지난해에는 무인기 19대를 운용해 무장대원 최소 124명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AQAP에 대한 공격 중단에 대해 WP는 “알카에다의 가장 위험한 연계조직에 갑자기 압박을 풀어주는 행보”라며 미 당국자들이 AQAP가 이 기회를 틈타 조직을 재정비할 기회를 얻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제정치연구소의 로렌조 비디노 연구원도 “이는 AQAP가 예멘 일부 지역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미국을 향한 공격을 계획할 여력 역시 커진다는 의미”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수니파인 AQAP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조직으로 2009년 성탄절 때 미국 항공기에 폭탄 테러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에 예멘의 정치적 혼란을 야기한 후티 반군과 AQAP는 남부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벌여왔다.
반미 성향의 후티 반군은 이달 19, 20일 예멘 대통령궁 등 주요시설을 무력 장악해 사실상 쿠데타를 벌였다. 하디 대통령은 21일 후티와 권력 분점에 합의했으나 돌연 22일 사퇴하면서 예멘 정정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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