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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프로에 일희일비 당신도 혹시 TV 콘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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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프로에 일희일비 당신도 혹시 TV 콘드리아?

입력
2015.01.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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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콘드리아’라는 말이 있다. 온라인 등 디지털 공간을 가리키는 사이버(Cyber)에 심기증(心氣症) 혹은 건강 염려증을 나타내는 하이퍼콘드리아 (Hypochondria)를 합친 신조어다. 사이버 공간에서 수집한 의료 및 건강 관련 정보들을 토대로 자신의 몸 상태를 판단하고 진단까지 내리는 현상 혹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약간이라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오로지 인터넷에서 수집ㆍ분석한 다양한 정보를 덜컥 사실로 단정하고 굳게 믿어 버리는 성향을 갖고 있다. 심한 경우 자신은 치료하기 힘든 중병에 걸렸다며 비관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대체로 산재하는 정보에 대한 습득력과 검색력이 수준급에 도달해 있지만 실제로 적당한 시기에 병원을 방문해 의사에게 검진을 받는 등 합리적 건강 생활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 행태는 결국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나날을 만들 수 있고, 왜곡된 믿음에 의해 더욱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사이버콘드리아에 버금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TV 콘드리아’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싶다. 근래에 각종 TV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건강 프로그램은 실로 엄청나게 증가되고 있다. 기존의 공중파를 비롯해 각종 케이블과 종편을 통해 방영되는 건강 프로그램이 20편 이상 되는 것 같다. 제작환경 제한 등으로 스튜디오 촬영 프로그램이 다수일 수밖에 없는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비교적 쉽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건강 대담 프로들을 다수 배치시키고 있다. 다큐형식을 통해 의료나 보건, 건강 이슈들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다수는 의사와 한의사, 연예인들이 함께 등장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토크 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들이 과연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검증된 정보인지 의구심이 생기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식재료 등을 소개하며 마치 질병에 대한 직접적 치료효과가 있는 듯 과대포장하는 경우도 많고, 자연치유 전문가라는 인물이 주장하는 섭생법이 특정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지름길로 강조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같은 중구난방 정보들이 쏟아질 때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본 프로그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등의 경고문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겨우 몇 초에 불과한 경고문에 노출되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이며, 경고문에 의해 갑자기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결국 프로그램이 연출하는 테크닉과 등장한 인물의 화술에 의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굳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제공되는 건강정보를 비판이나 의심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자신의 TV 앞에서 스스로의 건강을 판단하고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더욱 양산될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건강 백세시대를 맞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건강이슈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은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것이 자명하다. 노출되는 정보에 좌우되며, 자신의 건강을 TV에 등장하는 의료인 혹은 정체불명의 직함들에게 맡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보는 정보일 뿐이다. 개인의 소중한 건강은 의사와 약사, 공인된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이버콘드리아와 TV 콘드리아를 아직 질병으로 부를 수야 없겠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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