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이슬람포비아

다음 타깃은 동북아시아

"외국인 출입국 이민 관리 느슨, 한국도 이미 안전지대 아니다"

정부, 대테러 대책에 촉각 "위험 인물들 구별에 곤혹" 사이버보안법 등 보완 목소리

언제까지 한국은 테러 무풍지대일 것인가.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부터 비껴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런 이유로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폭탄테러와 인질참수 등 잔혹한 테러를 일으켜도 우리나라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IS가 공격 대상국을 확대하고 있는데다 한국인 김모(18)군이 IS에 가담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테러에 대한 공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테러 공포와 함께 이슬람포비아(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공포) 역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슬람교도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기독교 “이슬람을 경계하라”

국내에서 무슬림을 가장 경계해온 세력은 기독교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에는 이슬람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3월부터는 일반인 대상으로 1년 과정의 이슬람 강의를 진행, 이슬람의 정체를 바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대책위원장인 나성균 목사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슬람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의 반(反)이슬람 정서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인질사건 이후 깊어졌다. 국내 무슬림의 증가는 이런 위기의식을 더욱 높여놨다. “2020년까지 한국을 무슬림의 나라로 만들려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돈다. 기독교 지도자들마저 이슬람에 대한 배타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공격적인 선교로 물의를 빚기도 했던 대표적인 해외선교단체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는 2008년 이슬람과 한국 좌파들이 서로 손잡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86년부터 19년 간 이란에서 선교 활동을 한 이만석 목사는 ‘이슬람화를 막자’는 4HIM 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는 “우리도 유럽처럼 되어서는 안 되지 않느냐, 이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며 우리나라가 이슬람 청정구역이 되기를 원했다. 기독교 범교단 차원에서는 이슬람대책위원회를 꾸려 ‘이슬람을 경계하라!’는 책을 교회에 배포하고 있다. 반면에 이슬람과 공존해야 한다는 기독교내 목소리는 작다. 그러나 반(反)이슬람 움직임은 기독교 내부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은 “국내 신자가 줄고 해외 선교는 여의치 않은 한국 개신교의 위기의식이 이슬람에 거꾸로 투영되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내부 단합을 위해 이슬람포비아가 활용되는 측면을 비판했다.

이슬람교도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테러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한 일”

최근에는 이슬람 테러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이슬람포비아에 가세하고 있다. 테러전문가들은 IS가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동북아시아로 전선(戰線) 확대를 꾀하고 있고, 이들 지역에서 조직원 모집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농후하다고 본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하고 있지만 후방인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터질 정도로 전방과 후방의 구분이 사라졌다”며 “IS 등장이 전환점이 돼 전쟁이 격렬해지고 전지구적 형식으로 확장되면서 동북아시아도 타깃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출입국과 이민 관리가 느슨한 한국에서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직접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인터뷰한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안보가 느슨한 곳으로 공격이 옮겨가고 산발적으로 터지는 게 테러의 속성”이라며 “지난달 호주 시드니를 때렸다가 이번에 프랑스 파리를 때렸고, 앞으로 여의치 않으면 공격 대상지로 생각지 않던 동북아까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2,3년내에 테러가 일어날 걸로 우려하는 그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테러의 충분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15만명이 넘는 해외이주 무슬림들이다. 윤 교수는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경계했다. 그는 “예를 들어 폭탄 테러에 필요한 휴대폰을 구하거나 공격 포인트를 찾는 데 같은 문화권 사람들이 이미 정착해 있다면 훨씬 쉬어진다”며 “물고기가 생존할 수 있는 물처럼 국내 무슬림들이 그런 환경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은영 교수는 국내 무슬림이 극단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전혀 상관없는 한국인도 IS에 가담하겠다고 하는데 무슬림 중 이미 극단화했거나 테러조직에 연계된 이들이 입국해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해외 테러 동향 모니터링

전세계에서 테러위험이 고조되자 우리 정부 당국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특히 IS가 미국 주도의 IS전쟁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무차별 보복테러를 선언한 지난해부터 물밑에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정원은 작년 9월 IS가 한국을 테러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경찰청 등에 대테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 공항과 항만, 미국과 유럽의 공관, 군 기지 등에 대한 경계 경비를 점검하고, 테러위험국가 출신자에 대한 출입국, 체류 심사와 검색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에는 테러전문가와 국정원, 외교통상부, 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등의 테러 업무 담당자들이 세미나를 갖고 최근 테러리즘 동향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경찰도 지난해부터 해외 테러 동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테러범들이 IS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게 아니라서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해외정보를 수집, 파악하고 있다”며 “선량한 무슬림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며 위험한 인물을 구별해 내는 일이 고민거리”라고 했다. 국가정보원에서 해외파트를 담당했던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과거에도 탈레반, 알 카에다와 연관된 테러혐의자들이 강제퇴거 당한 적이 있어 우리나라는 테러청정지역이 아니다”며 “잠재적인 테러 용의자까지 수사 가능한 테러방지법이나 사이버보안법 같은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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