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유죄 vs 무죄'

"정치적 논란 휩싸일라" 말 아껴

법조계 "소통 안 되니 입 닫는 것"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옛 통합진보당원이 정당 해산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을 비교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을 둘러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미묘한 입장 차에 대해 일반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활발한 논쟁을 벌일 법한 판사들은 의견 표명을 자제하며 쉬쉬하는 분위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이 전 의원에 대해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하고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9년형을 확정했다. 이는 내란음모죄를 사실상 유죄로 보고 통진당을 해산한 헌재 결정과 상충되는 결론이다.

23일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한 현직 판사는 “대법원은 이 전 의원에 대해 입증 수준이 높은 형사재판을 진행한 것이고, 헌재는 그보다 입증 수준이 낮은 민사재판의 성격을 가지고 사건을 파악해 결론이 달라진 것”이라며 “최고의 경력과 식견을 갖춘 양 기관의 선배법관들이 내린 판단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은 후배로서도, 법관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젊은 판사 역시 “대법과 헌재의 결론이 다른 현 시점에서, 법관이 개별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며 “최근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송승용 판사가 실명으로 대법원에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본 뒤, (내부 게시판 같은) 공개적 자리에 자신의 의문을 밝히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 전 의원이 출석, 동료들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에선 판사들의 소극적 반응에 대해 “대법원 판결로 드러난 헌재 결정의 문제점을 법관들이 애써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라면 헌재 결정문이 대법 판결문과 달리 청구자인 법무부의 입장에 치우쳐, 김이수 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밝혔듯이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민?형사 재판의 차이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헌재가 민사적 수준에서 재판을 진행했더라도, 사건의 핵심인 지하혁명조직(RO)과 관련된 전문증거(체험자의 증언이 아닌 전해들은 이야기 등을 토대로 한 증거)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며 “헌재가 이 같은 기본 재판절차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법원 내부의) 지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한 변호사도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을) 실명 비판한 것에 대해 징계를 내리는 등 내부 소통을 가로막고 있어 법관들이 입 조심을 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발전적인 토론을 할 수 없다면 결국 사법부의 경직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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