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또 다시 진통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 어렵사리 당국 승인을 받아낸 후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LIG손보 인수작업이 이번엔 가격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LIG손보 최종 인수계약을 앞두고 작년 6월 인수 계약 시 확정했던 인수금액을 10% 인하해줄 것을 LIG그룹 측에 요구했다. 당초 LIG손보 지분 19.47%를 인수하는데 지불하기로 한 가격은 6,850억원. 하지만 계약 이후 회사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인수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게 KB측의 주장이다.
실제 계약 당시 LIG 측이 내세웠던 작년 순이익 예상치는 2,578억원이었지만, 작년 말 추정치는 1,370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실적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LIG손보의 미국 법인이다. LIG손보가 미국 법인의 매출 증대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시도했으나 맨하튼 아파트 붕괴 등 각종 악재로 지난해 손실이 800억원에 육박했다. KB 관계자는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만큼 인수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당시 계약에 인수금액 조정 조건이 달려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LIG측은 KB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LIG 관계자는 “작년 6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성립된 계약인 만큼 원안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며 “이제 와서 인수금액을 깎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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