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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전쟁 재연되나

입력
2015.01.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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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ㆍ加ㆍ스위스 등 금리 내려

中 "유럽발 환율 파동 예의주시"

美, 금리 인상 시기 늦출 가능성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 소식이 전해진 2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보다 큰폭으로로 상승한 코스피지수가 찍혀 있다.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 소식이 전해진 2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보다 큰폭으로로 상승한 코스피지수가 찍혀 있다.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번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막대한 돈 풀기로 유로화의 가치 하락이 가속화되면 자국 통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각국의 맞대응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리로선 정면으로 맞서기도, 가만히 앉아 당하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예고된 셈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일제히 “ECB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내년까지 1조1,400억유로가 시장에 풀릴 경우, 가뜩이나 약세였던 유로화 가치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 실제 ECB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 직후, 유로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11년4개월, 영국 파운드화 대비 7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와 같아 지는 ‘패러티’(동등성ㆍ1달러=1유로) 시대가 2000년 무렵 이후 근 15년만에 다시 열릴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유럽과의 경제 관련도가 높은 나라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덴마크는 유로화에 대한 자국 통화(크로네) 가치 방어를 위해 이번 주에만 두 번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캐나다도 21일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스위스, 인도, 터키, 페루 등도 이달 잇따라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 공룡,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도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스위스의 환율방어 정책 포기에서 보듯, 중국이 환율 유지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페그제를 폐지하거나 변동폭을 확대할 경우 국제 외환시장은 물론, 무역ㆍ실물 경제 등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실제 이날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언론설명회에서 “ECB 양적완화 결정 이후 환율 파동을 예의주시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여름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미국조차 유로화와 달러 가치의 급격한 역전을 우려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우리에겐 더 큰 위협이다. 양적완화로 풀린 유럽계 투자금이 대폭 유입돼 추가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유로화에 대한 원화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구조적인 경상흑자로 늘 원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 간의 환율전쟁에서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발 대규모 돈 풀기 소식에 각국 증시는 일제히 반색했다. 22일 유럽과 미국 증시는 물론 23일 일본, 대만 증시 모두 1% 이상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도 전날보다 15.27포인트(0.79%) 오른 1,936.09로 마감됐고, 코스닥지수(589.31)는 2008년 6월 30일(590.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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