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연봉협상을 마치고 미국 애리조나의 팀 전지훈련에 합류한 봉중근(35ㆍLG)은 도착하자마자 야구 글러브 대신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다.
프로야구 해외 스프링캠프에서는 해마다 이색적인 훈련 광경이 펼쳐진다. 잠시 야구를 잊고 다른 종목의 장비를 사용하거나, 야구와 무관한 기구들이 등장한다. 배드민턴 라켓은 대표적인 전지훈련 필수품이다. 보통 어깨를 많이 쓰는 투수와 외야수들이 애용하는데 봉중근은 라켓을 들고 마치 투구를 하듯 휘두른다. 배드민턴의 서브를 넣는 동작이 투수가 공을 던지는 동작과 비슷하기 때문에 투구 밸런스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시즌 도중에 수건으로 섀도우 피칭(공 대신 소도구를 가지고 실전에서 타자를 대하는 것과 똑 같은 투구 폼으로 혼자서 하는 투구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에는 야구공 대신 노란색 테니스 공이 가득하다. 무거운 야구공에 비해 타구가 뻗지 않기 때문에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과 순발력 향상에 최고다. 물론 부상 위험도 없다.
김성근(73) 한화 감독도 전지 훈련지에서는 독특한 훈련법을 제시한다. 일본 고치(高知)에 차려진 한화의 스프링캠프에도 어김없이 배드민턴 라켓이 등장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해머다. 거구의 선수들이 삼삼오오 4.5kg의 무거운 해머를 휘두르고 있는 한화의 캠프는 마치 공사장 같다. 힘을 모아 스윙을 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타격 밸런스를 잡는 데 필요한 기구라는 김 감독의 뜻이다. 대기타석에서 타자들이 링을 끼워 놓고 무게를 높여 스윙을 하다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넥센 선수들은 해머에 타이어까지 가져다 놓고 두드린다. 근력 향상과 함께 복근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넥센 트레이너들의 설명이다.
아예 야구장을 벗어나기도 한다. 삼성 투수들은 가끔 유니폼을 벗고 수영장으로 이동해 수구를 즐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롯데 캠프엔 낙하산이 등장하기도 했다. 허리에 두르고 달리면 공기 저항을 받기 때문에 하체 근력 강화용이었다.
이처럼 스프링캠프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훈련은 보통 40일 이상 진행되는 만큼 전지훈련이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한 처방이기도 하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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