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일본인 2명에 대해 IS측이 제시한 협상 기한 72시간이 23일 오후 종료되면서 일본인 납치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았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현재 대책본부를 지휘하고 있는 나카야마 야스히데 외무성 부장관은 이날 억류된 유카와 하루나, 고토 겐지의 안부와 관련해 “정보 수집과 대응을 위해 끈기 있게 노력 중”이라며 “중동에 비군사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내용과 신념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든 채널을 동원, 2명의 조기 석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고토의 부인에게 20억엔의 몸값을 요구해온 IS관련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장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S측은 아베 신조 총리가 중동 방문 중 IS대책에 쓰겠다고 한 2억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질 석방을 위한 몸값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억 달러는 피난민 지원 등을 위한 인도적 자금으로 이슬람교도를 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강조하는 등 국제여론전을 펴고 있다.
NHK는 이날 IS 대변인 남성이 22일 인터넷 음성통화 등을 통해 “일본인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이교도”라며 “잠시 후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IS와 관련이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23일 오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슬람국가의 병사는 예리한 눈으로 칼을 보고 있다”며 “일본의 총리는 여전히 속이고 있고 일본 국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구속된 2명에 대한 자비는 없다”는 글이 게재됐다. IS측이 제시한 마감시간으로 추정되는 23일 오후 2시50분께 올라온 이 글에 대해 일부 언론은 “인질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추측했으나 일본 외무성은 “IS측 지지자가 임의로 올린 글일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IS측과의 협상을 시도중임을 강조했다.
일본인 인질 중 한 명인 고토 겐지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는 23일 도쿄의 일본외국특파원 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겐지는 IS의 적이 아니라 (유카와 하루나의) 석방을 위해 단신으로 (시리아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전쟁터에 있는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고 했고, 중립적 입장에서 전쟁을 보도해왔다”며 “제 아들을 꼭 석방해달라”고 호소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일본인 인질 2명은 처형한다고 예고하기 직전인 17일까지 IS의 수도 역할을 하는 시리아 북부 라카에 감금돼있었고 이후 북부 알레포 교외로 이동됐다고 시리아 반체제파 활동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활동가는 라카의 감시 시설에서 “일본인 2명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에 전했다. 이들은 이후 다른 곳으로 이송돼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대에 구속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IS는 인질의 몸값 교섭시 감시가 삼엄한 국경 지대로 인질을 이송한다”며 “IS조직이 범행을 계획한 시점부터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2명의 이송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카와는 지난 해 8월 시리아에서 IS에 납치됐으며 고토는 유카와를 찾기 위해 지난 해 10월 25일 터키국경을 통해 시리아로 입국, IS 지배지역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IS측의 요구대로 몸값을 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고, 아베 총리도 몸값 지불을 대가로 인질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 협상 진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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