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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주름잡는 한국 용병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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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주름잡는 한국 용병1호

입력
2015.01.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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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 이현일(35ㆍMG새마을금고)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해 국가대표 신분은 아니었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비밀병기’로 출전했다. 이현일은 중국과의 결승전 5단식 주자로 나서 궈환을 물리쳤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따낸 금메달이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학생 신분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어느덧 대표팀 맏형이 돼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후배들도 경기 후 이현일을 헹가래 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현일은 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제 후배들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이유에서다. 이현일은 “중국과도 큰 기량 차가 없는 만큼 후배들이 다음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대표팀에서 복귀 요청이 안 오지 않겠는가. 후배들이 나 없이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무아 씨티 비씨에 소속돼 리그를 뛰고 있는 이현일과 21일 통화가 닿았다.

말레이ㆍ인니 리그, 한국 용병 1호

말레이시아는 중국,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배드민턴 인기가 상당한 나라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전국에 생중계되며, 남자 단식의 ‘영원한 우승 후보’ 리총웨이(33)는 ‘국민적 스타’로 추앙 받는다. 이런 곳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최대 규모의 자국 리그가 시작됐다. 우리로 치면 종합선수권대회와 비슷하다.

이현일은 아시안게임 뒤 무아 씨티 비씨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대회가 열리는 3개월간 뛰는 ‘용병’ 계약을 했다. 10년 넘게 각종 대회에서 맹활약한 한국의 전 국가대표에게 말레이시아가 반한 것이다. 그는 “12개 팀이 출전해 한번씩 겨루는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늘(21일)까지 7경기를 했는데 우리 팀이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며 “남은 4경기만 잘 마무리하면 초대 우승컵 획득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그 동안 이현일처럼 타국 리그와 국내 리그를 병행한 선수는 없었다. 23일 남자 복식의 간판 이용대(27ㆍ삼성전기)가 인도네시아 ‘자룸 배드민턴’ 구단과 ‘용병’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협회 관계자도 “이현일이 최초”라고 확인했다.

이현일은 “지금 말레이시아 리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리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개런티 계약을 했고,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고 웃으며 “말레이시아 리그가 끝나면 곧장 인도네시아로 넘어간다. 내달 10일 귀국해 조금 쉬었다가 3월에 열리는 국내 대회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담이 없으니 경기도 잘 풀려”

이현일은 용병 활동 외에도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2015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그랑프리골드 남자단식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주일 전 태국 챌린지 국제선수권대회 우승부터 2주 연속 ‘금빛 스매싱’이다. 그는 태극마크를 반납함에 따라 두 대회 모두 개인 자격으로 나섰다. 우승 상금으로 1만 달러를 벌었지만, 참가 신청부터 비행기 티켓 예약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는 “자는 것, 먹는 것을 다 신경 써야 한다. 개인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그래도 다행히 스폰을 받아 큰 돈은 들지 않는다. 편하게 대회를 치르다 보니 연거푸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일은 그러면서 “심적 부담이 덜해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고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국가대표 신분이면 한국 대표라는 생각에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다. 무조건 주위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며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퇴는 3년 뒤에나”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이현일은 크게 힘들지 않다. 20대는 패기와 체력을 앞세웠다면, 30대는 노련미와 경험이 쌓여 보완이 된다. 훈련을 거르지 않고 소속팀에서도 꾸준히 시합을 했기 때문에 경기 감각도 잘 유지된다. 그는 “운동은 워낙 오래해서 ‘힘에 부친다’ 등의 생각은 들지 않는다. 평소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며 “한국 선수들은 작년 12월 모든 대회가 끝나면서 겨울에 좀 쉬었겠지만, 난 지금까지 경기와 훈련을 반복해 왔다. 내 몸에 아직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은퇴 시점에 대해서는 “3년 뒤쯤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이현일은 “언제 그만 두겠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그러나 마흔 살까지 뛸 것 같지는 않다”고 웃은 뒤 “은퇴까지 즐기면서 배드민턴을 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현일은 또 “어제(20일) 와이프와 딸이 말레이시아로 왔다. 더욱 힘이 생긴다”며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려온 선수 생활이다. 이제는 여유롭게 배드민턴을 치겠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이현일은

생년월일:1980년 4월17일

신체조건:키 177㎝ㆍ몸무게 68㎏

소속팀:MG새마을금고

출신학교:영등포초-양동중-서울고-한국체대

배드민턴 입문:중1

주요 경력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 남자 단식 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은, 남자 단식 동

▲2008 독일오픈 남자 단식 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은

▲2011 마카오오픈 남자 단식 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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