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아나운서가 여성 선수에게 성차별적 세리머니를 요구하면서 2015 호주오픈 대회가 네티즌에게 난타를 당했다.
논란에 휩싸인 선수는 유지니 부샤드(21ㆍ캐나다ㆍ7위)다. 부샤드는 21일 열린 키키 베르텐스(24ㆍ네덜란드ㆍ72위)와의 호주오픈 2회전에서 2-0(6-0 6-3)완승을 거둔 후, 장내 아나운서로부터 “빙 돌아볼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다. 부샤드는 손을 얼굴로 감싸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장내 아나운서는 거듭 “의상이 잘 보이도록 돌아달라”고 요구했다. 부샤드는 자신의 세리머니가 도마에 오르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며 “나이든 남자가 나에게 빙글빙글 돌라고 말한 건 좀 이상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외신과 네티즌들은 일제히 세리머니를 부탁한 아나운서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부샤드가 ‘트월게이트(Twirl 빙글빙글 돌다)’에 휩싸였다”고 표현했다. 네티즌들 역시 남자 선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현지 매체인 헤럴드 선은 “지난해 호주오픈에서도 부샤드는 저스틴 비버와의 관계에 대해 답해야 했다”며 중계사인 채널7을 비판했다. 이어 “성차별이 만연한 경기에서 어린 여자 선수들에게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심지어 가장 실력 있고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선수조차 여전히 남자 선수보다 턱 없이 낮은 상금을 받는다”며 스포츠에 만연한 남녀 성차별을 꼬집었다. 또 이 신문은 “테니스 관련 보도에서 ‘소녀(여자 선수)’들의 외모나 연애사는 슈퍼모델의 그것처럼 해부된다”고 지적했다. 서리나 윌리엄스(34ㆍ미국ㆍ1위)는 성차별 논란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면서도 “사회자가 나에게도 빙 돌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라파엘 나달이나 로저 페더러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서리나는 새로운 의상을 입고 빙 도는 세리머니를 즐겨 하는 편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