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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위 득표자도 비례대표로 부활 당선… 군소정당 배려 초점

입력
2015.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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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제 확립 위한 소선거구에 47개 광역단체 11개 권역 나눠 비례대표제 중복 입후보 가능케

지난 달 14일 치러진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2010년 총리를 지낸 간 나오토(菅直人) 후보는 득표수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 후보에 뒤져 2위를 차지하고도 의원 배지를 달았다. 같은 날 치러진 오키나와현 4개 선거구에서는 자민당 후보가 모두 야당 후보에 1위 자리를 내주고도 가까스로 당선됐다.

일본의 총선은 한 선거구에서 1위 득표자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2위 득표자가 의원에 당선되는 일도 흔하다. 이는 일본이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에 중복입후보가 가능한 소선거구비례대표양립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총선에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4년이며 이를 적용, 첫 선거를 치른 것은 96년이다. 당시 의원 정수는 500명이었으나, 2000년부터 480명으로 줄었고, 2014년 총선은 475명(소선거구 295, 비례대표 180)으로 감소했다.

일본은 중앙 정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한국과는 달리, 47개 광역단체를 홋카이도, 도호쿠, 남간토, 도쿄, 북간토, 호쿠리쿠신에쓰, 도카이, 주고쿠, 긴키, 시고쿠, 규슈 등 11개 권역으로 나눠 별도의 비례대표를 추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인물보다 지역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대신 참의원 선거는 한국과 같은 중앙정당에서 일괄적으로 후보를 정하는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양당정치 정착, 군소정당 배려

일본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는 양당 체제 정착을 위해 도입한 소선거구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이 짙다. 승자 독식 개념인 소선거구제도에서는 거대 정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비례대표를 통해 군소 정당 후보의 당선 기회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총선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1인2표제를 택하고 있으며 한 표는 소선거구에 출마한 의원을 선택하며, 다른 하나는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2014년 총선의 경우 자민당은 소선거구에서 전체 유효투표의 24%(비례대표 17%)를 차지하고도 소선거구 295석중 223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유효투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비례대표는 180석중 68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유효투표의 소선거구에서는 38석 획득했지만, 비례대표에서 35석을 얻어 모두 73석을 확보했다. 제2야당인 유신회는 소선거구에서 11석에 불과했으나, 비례대표에서 30석을 얻어 총 41석으로 당세를 겨우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선거 제도에서 소수정당들은 활로를 찾는다. 의석 8석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공산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창당 이래 최고 득표인 21석을 얻었다. 소선거구에서는 1석을 얻었지만 비례대표를 통해 20석을 확보한 것이다. 일본공산당 관계자는 “모든 소선거구에 후보를 출마시켜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에 중복 출마한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소홀하지 않도록 석패율을 도입한 것도 일본 총선의 특징이다. 석패율은 중복입후보자가 소선거구에서 2위를 차지했을 경우, 1위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가 적은 후보를 우선 구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해 총선에서 간 나오토 전 총리와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도쿄권역에 민주당 후보로 중복 출마, 나란히 2위를 차지했으나 간 전 총리만 당선되고 가이에다 대표는 낙선했다. 두 사람의 당락을 가른 것은 간 전 총리의 석패율이 가이에다 전 대표보다 비교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물정치인 보호 비난도

양당제 확립과 군소정당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권역별 비례대표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소선거구제에 떨어지고도 비례대표에서 당선되는 이른바 부활당선은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역행하는 제도라는 비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부활당선자를 ‘좀비의원’으로 비하하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당선자중 121명이 소선거구에도 출마한 중복후보로 드러났다.

오키나와현에서 자민당 후보 4명이 소선거구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아베 신조 정권이 주민 동의 없이 후텐마 공군기지의 역내 이전을 강행한 데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례대표로 전원이 부활당선, 의미가 퇴색됐다. 간 전 총리는 2012년 총선에 이어 두차례 연속 비례대표를 통해 턱걸이 당선했다.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카노 간세이(中野?成) 일본 중앙선거관리위원(민주당 고문)은 “부활당선은 거물급 정치인의 보험용 선거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고, 정치 신인의 정계 진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완전 분리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집권 자민당이 2회 연속 부활 당선된 후보에 대해서는 차기 선거 입후보 제한을 검토하는 등 자체적인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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